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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숙한 팬덤 문화의 확산 반갑다.

중앙일보

입력

몇 일 전 큰 딸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 무뚝뚝한 중학생인 큰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긴장했으나, 내용은 BTS 맴버인 박지민의 생일을 맞이해서 팬들이 헌혈에 참여하고 기념품을 기증했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좋아하고, 공연장에서 밤을 새우고, 심지어 팬클럽 간에 다툼까지 생기는 것을 보고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근본적으로 연예인을 좋아하는 표현방법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는 듯하나 최근의 팬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을 함께 하는 것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지난 5월 태국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는 데뷔 5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을 축하하고자 헌혈 프로젝트를 진행해 20만cc를 달성했다고 한다. 최근엔 맴버 박지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에서 580여명이 헌혈 릴레이에 참여하고, 헌혈자들을 위한 기념품도 2000점을 기부했다. 또한 헌혈증은 추후 필요한 곳에 ‘박지민’의 이름으로 기증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연예인들의 팬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들을 좋아하는 연예인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축하할 일을 기념하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우리 사회 공동체가 함께 행복해지는데 기여하는 성숙한 팬덤 문화가 자리 잡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다. 이러한 성숙한 팬덤 문화가 우리사회에서 더욱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운전할 때 항상 뒷자리에서 두 딸들이 수도 없이 외쳐서 나도 모르게 외워버린 응원구호를 소심하게 불러본다.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헌혈대외협력팀장 서철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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