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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추방 캠페인 갈등의 벽 대화로 헐자(7)-철거민과 재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23일 서울 사당2동산 12,14번지 일대의 사당4구역 재개발지구 철거 하다만 집들이 황폐한 빈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빈터 입구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놓여 그 앞에서 3∼4명의 청년들이 출입하는 차량들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11월 재개발 조합 측에 고용된 철거반원들과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전세입자들이 유혈충돌을 벌인 이후 지금까지 조합· 전세입자 양측이 아무런 타협을 보지 못한 채 팽팽히 맞서 있는 서울 「재개발 분쟁」의 대표적인 현장. 『퇴거 보상비 몇 푼 받아 집을 얻을 수 있읍니까. 누구를 위한 재개발 입니까.내 집을 가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세입자 대책위 표창분 부녀회장) 『권리도 없는 사람들이 보상까지 해주는데도 안 나가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우리가 왜 피해를 보아야 합니까.』 (재개발 조합 이시묵 조합장)
양측의 주장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여전히 팽팽하기만 하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11월 6일 철거반원 8백여 명과 전세입자 1백50여명이 이틀째 무력 충돌을 빚었었다.
철거반원들이 휘두른 쇠 파이프· 각목 등에 맞아 전세입자 30여명이 중상을 입자 전세입자들은 이 일대 복덕방 4O여곳을 급습, 유리창을 부수고 오물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었다.
이들의 충돌은 전세입자들 가운데 일부가 이주 대책비(1백만원 가량) 또는 8평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 4백만∼6백만원)등의 보상을 받고 떠났으나 1천여 가구가 ▲그대로 계속 살게 해 주거나 ▲정부가 살 곳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며 퇴거에 불응하자 재개발 조합 측이 강제철거에 나서 일어났다.
재개발지역 조합· 주민의「적법성」 주장과 전세입자의 「생존권」 요구가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최근 사회분위기를 타고 과열, 이들 지역에서 폭력충돌이 빈발하게 된 것이다.
재개발 지역의 충돌은 무엇보다 현재 서울시가 실시 하고있는 합동 재개발 방식이 전세입자의 최소한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없는 맹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개발 관계들 자의 얘기다.
전세입자에게 월세· 전세금을 되돌려 주고 약간의 이주 대책비를 제공하는 이 방식은 전세입자들이 철거 되기 전의 주거수준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철거되면 그들이 공유하던 일자리 알선도 어려워져 생계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에 「극한 저항」 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
이같은 사정은 사당동 뿐아니라 서울시내 동소문 구역· 홍은 513구역· 도화동 구역등 현재 재개발 사업이 진행중인 51개 여타 구역에서도 마찬가지.
특히 지난 86년 상계동 재개발 지역의 전세입자들과 철거반원간의 집단 충돌이후 충돌 양상이 거세어 지면서 점차 사회문제화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재개발지역 철거 전세입자들은「서울지역 철거민 연합회」를 구성, 이틀 동안 1천여 명이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에 맞서 가옥주인 조합원들이 대항 연합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가진 자」 와 「없는 자」 의 첨예한 갈등으로 표현되는 재개발 분쟁. 그러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화로 타협을 구하는 대신 「힘으로 밀어 불이겠다」 는 생각으론 해결방안은 요원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 교수는 『현재의 재개발 사업은 빈민들의 사적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 라며 『불량 주택촌 양성화, 현지 개량방식 도입 등과 함께 점차적으로 서민주택·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한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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