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안보에 대해선 미국의 전통적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서면에서는 미국과 멀어지고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본지 창간 38주년과 한.미 동맹 50주년을 맞아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1천명과 7백10명을 대상으로 두차례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한.미관계가 국익에 중요하다'는 의견이 93.1%로 '중요치 않다는 의견'(6.8%)을 압도했다.
'동맹이 한반도 평화유지 및 전쟁억지에 기여했다'가 81.7%로 '기여 못했다'(17.9%)를 압도했고,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도 '현 수준을 유지 또는 강화해야 한다'가 73.2%로 '(규모를) 줄여야 한다'(26.2%)보다 높았다. 설문은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공동 구성했다.
한.미 동맹은 동맹의 견고성에서도 미.일 동맹(19.2%), 북.중 관계(20.6%), 북.러 관계(6.9%)를 모두 능가하는 39.4%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통일 이후에도 한.미 동맹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없다'(28.7%)가 '있다'(33.3%)에 근접한 양상을 보였다.
또 주한미군에 대해 '한국의 안보 유지에 중요하다'가 87.4%인 반면 '중요하지 않다'는 12.5%에 불과했다. 향후 주둔 필요성에 대해서도 82.8%가 '필요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각각 49%와 59.8%가 주둔 필요성을 인정한 지난해 말과 지난 6월 본지 여론 조사 결과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주둔 기간에 대해서는 '상당기간 주둔'이 6월의 31.2%에서 62.9%로 높아졌고 '조만간(2~3년 내) 철수해야'란 의견은 22.4%로 6월의 38.1%보다 줄어들었다. 주둔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남침 억제'가 55.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미국에 대한 정서는 변화 양상이 뚜렷했다. 미국은 '가장 좋아하는 나라'1위(18.5%)에 올랐지만 '가장 싫어하는 나라 순위'에서도 1위 일본(25.6%)에 근접한 2위(23.7%)를 차지했다. 북한은 '싫어하는 나라' 3위(12.7%)에 랭크됐다.
또 '가장 위협적으로 생각되는 나라' 순위에서도 미국은 북한(45%)에 이어 일본(14.8%)보다 높은 2위(26.1%)에 올랐다. 미국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인 생각은 '호의적'이 50.1%, '비판적'이 49.5%로 나타나 지난 6월과 흡사한 양상을 보였다. 당시 미국이 '나쁘다'는 27.6%, '좋다'는 25.4%였으며 '중간'은 46.9%였다.
반미 감정과 관련해 현 한.미 관계 상황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나쁜 편'이 66.4%로 '좋은 편'(32.5%)의 두배를 넘었다. 또 반미 감정이 '젊은층 바깥으로 확산됐거나 확산 중'(55.2%)이란 답변이 '젊은 세대까지로 국한'이란 답변(43.9%)보다 많았다.
반미 감정의 원인으론 '미국의 일방적 행동'(58%), '주한미군 주둔 및 군사 외교적 간섭'(14.3%), '한국인들에 대한 무시 등'(13.5%) 순으로 나타났다. '대북 강경책'은 4.5%였다.
반면 북한에 대한 인식은 '공조의 대상인 동족'의식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3년 이내에 남한을 전면 공격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없다'가 63.5%로 나와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동맹과 민족 공조의 비중은 '공조 우선'(39.4%)이 '동맹 우선'(24.4%)보다 높아 '동맹 강화'가 32%로 '미국 탈피 자주외교'(17.6%)를 눌렀던 6월 조사를 뒤집은 양상을 보였다.
북한은 한.미 동맹 약화시 한국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할 나라'에 중국(49.8%) 다음인 2위(20%)에 오르기도 했다.
한.미 동맹의 주요 현안인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안다'가 34.4%인 반면 '모른다'가 65.8%에 달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 및 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찬성(47.2%)과 반대(48%)가 팽팽히 맞섰다.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와 ±3.7%포인트다.
안부근 조사전문위원, 정리=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