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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레저] 저 섬에 가고 싶다 걸·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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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피에르 랑뒤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가 관광차 진도에 들렀다가 길이 2.8㎞, 너비 40m의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목격했다. 그해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프랑스 신문에 그 기막힌 현상을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 소개했다. 1996년에는 일본의 대중가수인 덴도 요시리가 "신비의 바닷길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내용의 노래 '진도이야기(珍島物語)'를 불러 히트시켰다. 이후 진도와 모도 사이의 바닷길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됐다. 해마다 4월이나 5월에 바닷길이 열리지만 올해는 8월 중순까지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19년 주기의 천체 운동에 의해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어 바다 갈라짐 현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기적이라고 부르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여러 곳에서 오늘도 신비의 바닷길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천 소야도 일대의 섬에서 바닷길이 확인돼 국내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은 모두 9곳으로 늘었다. 국립해양조사원(원장 정유섭.www.nori.go.kr)에서는 이들 지역에서 바닷길이 드러나는 날짜와 시간은 물론 교통.숙박시설.주변관광명소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비의 바닷길 9곳을 소개한다.

이훈범 기자

◆ 소야도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 가장 최근에 발견된 바닷길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소야도와 간데섬 사이 500m, 간데섬과 물푸레섬 사이 800m, 소야도와 뒷목섬 사이 200m 구간에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일대의 바다 갈라짐 현상은 여러 개의 섬이 바닷길로 연결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이 섬들이 모두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무인도여서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실미도

인천시 중구 무의동. 제부도와 함께 연중 바다 갈라짐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영종도 국제공항 바로 아래쪽 무의도와 하루 두 번 썰물 때 갯벌로 이어진다. 최근 영화 촬영지로 소개돼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수도권 명소가 됐다. 북파부대원들이 최종 목표로 삼았던 김일성 주석궁과 평양 시가지의 축도 등 당시 훈련장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 제부도

경기도 화성군 서신면. 섬사람들이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 건넌다고 해서 천자문의 '제약부경(濟弱扶傾.약한 제후들을 붙들고 기우는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는 제 환공의 고사)' 중 '제'와 '부'자를 따서 제부도라 부르게 됐다 한다. 바닷길이 하루 두 번 열리는데 포장공사를 해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아름다운 서해를 감상할 수 있으며 긴 갯벌에서 맛조개나 낙지를 잡을 수도 있다.

◆ 웅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서산시에서 북서쪽으로 16㎞ 해상에 위치한다.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를 닮았다 하여 웅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문신 김자점이 역적으로 몰려 귀향을 오게 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썰물 때 드넓고 오염되지 않은 갯벌이 드러나 육지가 되는 장관이 펼쳐진다. 도보 또는 자동차를 이용해 갈 수 있다.

◆ 무창포

충남 보령시. 한 달에 4~5 차례씩 바닷길이 열려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석대도까지 1.5㎞에 이르는 바다가 갈라져 바닷길을 걸으며 해삼.소라 등을 맨손으로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무창포 남쪽 해안에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백사장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송림 사이로 해당화가 만발해 절경을 이룬다.

◆ 변산반도

전북 부안읍. 서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변산반도의 하섬은 울창한 숲과 함께 기암괴석의 만물상으로 해금강의 절경을 방불케 한다. 고사포에서 매달 보름과 그믐께 4~5일 간격으로 길이 1㎞, 폭 10m의 바닷길이 열린다.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격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1.5㎞ 거리에 있다.

◆ 진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주민들은 바다 갈라짐 현상을 용이 승천한 곳을 뜻하는 '영등살'이라 부르며 영등축제를 연다. 전야제와 개막제, 축하공연, 영등살 놀이, 바다체험 행사, 뽕할머니 축원제 등이 열린다. 매년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데 올해는 바닷길이 열리는 8월 10~13일 개최된다.

◆ 사도

전남 여수시 화정면.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임진왜란 때 성주배씨가 이곳을 지나다가 해초류가 많은 걸 보고 정착했다고 한다. 해마다 음력 2월 15일께 인근 추도와의 사이에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데, 본도.추도.간도.시루섬.장사도.나끝.연목.진대성 등 7개의 섬이 'ㄷ'자로 이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1년 중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이때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나와 낙지, 해삼, 개불, 고둥 등을 줍는다.

◆ 서건도

제주도 서귀포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인근 해안에서 하루에 두 번씩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섬의 토질이 죽은 흙이라 '써근섬'이라 불렸는데 국립지리원에서 지명을 조사할 때 원음에 가깝게 표기해 서건도라 지었다. 서귀포 해안에서 섬까지 걸어가는 동안 조개와 낙지 등을 잡는 재미로 체험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으며 기원전 1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과 동물뼈, 주거 흔적 등이 발견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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