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있는이야기마을] 부부싸움 특효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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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싸우고 씩씩대며 한 말입니다.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어찌나 밖에서 어울리고 술 퍼마시는 것을 좋아하는지…. 남편 얼굴이라고는 일주일 아니 한 달에 두세 번, 그것도 만취해 코 골며 자는 모습뿐입니다. 이러니 같이 산다고 사는 게 아니지요. 그래서 숱하게 싸웠지요. 싸우다 보면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 마음의 상처를 남기게 되고…. 아이들 보기도 안 됐고 정말 '징그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역시 남편과 한바탕 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들어와 보니 남편이 풀이 죽어 소파에 늘어진 채 자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모습이 왜 그리 측은해 보이는지. 수염도 덥수룩하고 새까만 얼굴은 더욱 까칠한 것 같고…. 그 순간 '부부는 사랑보다 정으로 산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나더라고요. 알싸한 가슴을 쓸면서 더운 밥 지어 남편과 함께 먹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부부는 말로 하는 것보다 휴대전화 문자로 날립니다.

'지금 어디삼? 식사는 하고 술 드시고 도우미 아가씨들이 예쁘더라도 껴안지는 마세요. 옷에 화장품 묻으면 열 받지~잉. 그리고 나하고 술 한잔 마실 공간은 남겨두고 들어오삼! 사랑해요.'

덕분에 요즘은 부부싸움 안 합니다. 너무 일찍 와 문앞에서 전화하는 남편 때문에 오히려 귀찮을 정도지요. 필요하신 분은 이 방법 한번 써먹어 보시라니까요.

'나다. 집 앞이다. 딱 한잔만 하고 들어가게 나와라. 안 나오면 안 들어간다.'

아이고~ 부처님 관세음보살!

김민숙(39.주부.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 6월 2일자 소재는 '커피'입니다

분량은 1400자 안팎. 성명.직업.나이.주소.전화번호를 적어 5월 30일까지로 보내 주십시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리며, 매달 장원을 선정해 LG 싸이언 휴대전화기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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