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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동아일보 취재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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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 이병완(李炳浣)홍보수석은 21일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동아일보의 어떤 취재에도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런 언론의 횡포가 계속된다면 여론을 재단하고 올바른 의제 설정의 기준을 해야 할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보다는 사회의 흉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李수석은 이날 동아일보가 19, 20일자 1, 3면에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부인인 권양숙(權良淑)여사의 아파트 미등기 전매 의혹을 집중 보도한 것과 관련, "자료까지 내 해명을 했으면 해명에 맞게 기사를 써주는 게 공정한 언론의 자세"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본지 9월 20일자 2면에 관련 내용).

李수석은 또 "문제가 된 보도는 모 신문이 이미 보도(세계일보 5월 28일자)해 표절하다시피 똑같은 내용"이라며 "자사 기자들이 요구해서인지, 간부들의 편견인지, 경영층의 뿌리깊은 저주나 적개감의 발로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李수석은 "정부나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기본적 악의와 적대감의 발로라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李수석은 이어 "동아일보는 굿모닝시티 사태와 관련, 희대의 오보(김원기 의원.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수뢰를 했다는 보도로 동아일보 측이 추후 사과 및 정정보도를 한 사건)를 해온 신문"이라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이 같은 보도를 신문의 1면 톱, 3면 박스에 싣는 것은 독자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대응과 관련, 李수석은 "이런 언론이 있는 한 종교계 원로들의 盧대통령에게 제안한 포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일단 홍보수석실 차원에서 동아일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동아일보가 어떤 보도를 하든 청와대는 합리적인 법적.제도적 대응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동아일보의 관련 보도에 대해 곧 민사소송을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李수석은 이날 발언이 盧대통령과의 교감에서 나온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 출입기자가 몇 가지 질문을 하자 "귀사의 어떤 질문에도 이젠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측은 이에 대해 "기사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며 우리는 첫날 보도부터 미등기 전매를 했다고 단정해 보도하지 않았다"며 표절 부분에 대해서는 "5월 보도 때와는 달리 구체적인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박천일 교수는 "최고 권력자나 그 주위에 비리 의혹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하는 게 언론의 기본 역할인데, 홍보수석이 이를 일일이 문제삼는 것은 되레 현 정부의 이미지를 해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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