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전민족적 시각」으로 비평작업|백낙청<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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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7·19 납·월북작가 해금조치 이후 그들의 작품 및 연구서, 중국·소련 등지의 교포문학, 급기야 북한문학원본까지 유입되기 시작해 우리 문학은 그동안 정치적 이유로 인한 남한의 반쪽 문학에서 벗어나 한민족으로서「통일민족 문학적 전망」을 지니게 됐다. 올해는 이렇게 유입되기 시작한 납·월북작가는 물론 북한문학을 올바로 수용, 평가해야 하는 시급한 시점이다.
또 그동안 유·무형의 정치적 박해를 받으면서도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문학을 통해 현실참여를 주장해 왔던 우리의 민족문학도 이러한 일련의 상황변화에 부응, 통일민족문학을 위한 일선에 서게 됐다. 이 같은 시점에서 66년『창작과 비평』을 창간해 지금까지 날카로운 시대의식에 바탕, 민족문학론을 이끌어 온 백낙청 교수(51·서울대 영문과)의 올 한해는 바쁜 한해일 수밖에 없다.
『민족문학을 거론해 온 평론가로서 우리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라든가 한반도 주변상황의 변화에 부응해 가며 세계적 안목을 넓히면서 전민족적 시각을 지닌 비평작업을 하겠습니다. 북한문학에 대해선 통일지향을 위해 민중적 시각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중에 바 탕한 전민족적 시각을 강조하는 백 교수는 이같은 시각으로 분단의 모든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통일적 전망을 지닐 수 있다고 했다.
『남한만의 시각에서 북한문학을 재단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동안 북한문학연구는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관제연구수준에 머물러 왔습니다. 이제 북한문학이 비록 당국의 규제에서는 안 풀렸으나 유입되고 있는 이상 그들 문학의 정확한 평가는 공개된 마당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주체적 문학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것이 작품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구체적 작품이나 평론 등을 놓고 자상하게 비교,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우리 문단은 물론 학계·일반 독자들에게 다같이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 생각합니다.』
북한문학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선 자유스런 분위기에서의 연구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이제 북한문학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해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산권 문예이론 및 북한문학의 유입으로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민족문학에 대한 논의는 문학자체에 대해서도 철저하지 못했고 사회과학에 대한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문학·출판영역의 개방된 상황에 맞게 사회과학·역사과학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기초로 할 때만 문학논의에서의 사회과학 극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백 교수는 지난해 이루어진 민족문학 논의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사회과학적 차원에 머물렀기 때문에 금년도는 개방된 사회과학 서적을 바탕으로「문학적 논의」수준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도는『창작과 비평』을 복간, 재출발시키는 데만 힘썼지만 올해는『창작과 비평』이 문화적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계간지로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문예지·사회과학 지들의 잇따른 창간으로 잡지·출판물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이것들을 수렴하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역할을「창작과 비평」이 떠맡을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통일이「당위」에서「현실」로 다가선 이제 『창작과 비평』편집인으로서, 민족문학 작가회의 부회장으로서, 영문과 교수로서, 또 민족문학론의 선도자로서 백낙청 교수가 우리의 문단·학계에서 떠맡을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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