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김정은 쉽게 말해 돈에 환장…잘 활용해야”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은 쉽게 말해 돈에 환장한 것이다.”

10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예술계 병역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예술계 병역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 의원의 다소 거친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제재 해소 및 이에 따른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국방부가 이런 국면을 잘 활용해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사과를 받을 사건으로는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됐던 금강산 박왕자씨 피격사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이 경제 발전에 목말라 있다”, “5ㆍ24 경제 제재 조치를 풀어달라고 조를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포함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철수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경제발전에 집중해 있기에 (GP가) 관광자원이 된다고 역제안을 하면 북한은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김 위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편지로 써서 보내보라는 제안도 했다. 정 장관은 말없이 웃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달 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하러가는 차 안에서 직접 화장을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달 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하러가는 차 안에서 직접 화장을 하고 있다. 성지원 기자

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다는 소식과 관련해 “북한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성경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교황 방북을 이미 결심했다면 북한 내 종교의 자유도 증진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적어도 성경 정도는 북한에서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골수 주사파’였다. 출소 후엔 중국 등지에서 탈북자를 도왔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실상을 목격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사실상 전향했다.

북한과 관련된 정치 현안에서는 누구보다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엔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자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입장이 변했다는 지적에 대해 하 의원은 “내가 바뀐 게 아니라 김정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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