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쉽게 말해 돈에 환장한 것이다.”
10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한 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하 의원의 다소 거친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제재 해소 및 이에 따른 경제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왔다. 국방부가 이런 국면을 잘 활용해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사과를 받을 사건으로는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됐던 금강산 박왕자씨 피격사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을 언급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이 경제 발전에 목말라 있다”, “5ㆍ24 경제 제재 조치를 풀어달라고 조를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포함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 철수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경제발전에 집중해 있기에 (GP가) 관광자원이 된다고 역제안을 하면 북한은 충분히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김 위원장에게 이런 내용을 편지로 써서 보내보라는 제안도 했다. 정 장관은 말없이 웃었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북한이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한다는 소식과 관련해 “북한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성경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교황 방북을 이미 결심했다면 북한 내 종교의 자유도 증진하는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적어도 성경 정도는 북한에서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뒤 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골수 주사파’였다. 출소 후엔 중국 등지에서 탈북자를 도왔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실상을 목격하면서 북한 민주화 운동가로 사실상 전향했다.
북한과 관련된 정치 현안에서는 누구보다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엔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화해 분위기에 대해 우호적인 의견을 자주 나타내 주목을 받았다. 입장이 변했다는 지적에 대해 하 의원은 “내가 바뀐 게 아니라 김정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