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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기자의 공동 현장 관찰 ⑥ '재정난 고민' 부산 구청장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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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구청이나 군청, 일반시(특별.광역시가 아님)의 시청 같은 기초자치단체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일을 담당한다. 호적 등.초본과 토지 대장의 발급, 부동산의 거래세나 자동차세의 수납 같은 업무들이다. 국민의 상당수는 중앙정부나 광역자치단체보다 기초단체와 훨씬 자주 접촉한다. 기초단체야말로 진정한 '작은 정부'다.

그런데 광역과 기초단체가 거두는 지방세는 전체 국민 세금의 20% 정도다. 담배세.재산세.종합토지세.등록세.취득세가 지방세다. 중앙정부는 전체 세금의 80%쯤 되는 국세를 거둔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상속세.증여세가 국세다. 그래서 기초단체들은 늘 재정 부족을 호소한다. 부산의 구청장 후보들의 고민도 여기에 집중돼 있었다.

◆ 세금 아껴 쓰기가 공약으로=부산 지역 16개 구.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8%. 서구와 북구가 각각 16%, 18%로 가장 낮고 부산진구가 39%로 가장 높다. 부산 북구청은 올해 세금 수입이 150억원 정도 삭감될 것으로 본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등록세와 취득세 같은 지방세가 줄어들고, 구의원 봉급제 첫 실시에 따른 재정 지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부산진구는 2004년 24억원, 지난해 10억원이던 도로 건설 사업비가 올해 아예 없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청장 후보들은 '예산 아껴 쓰기'가 중요한 정책공약이 됐다. 중앙정부에서 보조금을 타내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 후보는 "기획실, 감사실 등 상시 근로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부서의 인원을 줄이고 결원 시 충원을 하지 않는 방식을 쓰면 공무원 수를 현재의 4분의 3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 후보는 일본의 사가현 오쓰시의 예를 들었다. 오쓰시는 1974년 당시 1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5년 만에 7억 엔 흑자로 돌아섰다. 당시 시장은 5만 엔 이상의 지출은 반드시 시장 결재를 받도록 했다.

이성식 부산 북구청장 후보는 "기초수급 대상 가구가 200세대 이상인 전국의 9개 기초자치 단체장들과 연합해 사회보장 예산이 구 예산의 30%를 초과하는 부분은 시.도 광역단체나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민들은 지방세 잘 몰라=주민들은 자기가 낸 세금을 주무르는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 부산 남구의 이영숙(41.가명.주부)씨는 "현직 구청장도 누군지 모르는데 후보를 어떻게 알겠느냐"며 "구청장이 하는 일은 환경미화나 문화행사 개최 정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내 고장 생활에 구청장보다 영향을 훨씬 덜 미치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름은 알고 있었다. 구청의 주요 수입원이 지방세라는 점을 아는 주민도 만나기 어려웠다. 반찬 값은 깎으려고 아옹다옹하면서 지방세로 나가는 생돈엔 별 관심 없는 격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강경태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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