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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문화재단 제정|제18회 「도의문화 저작상」수상작 결정|심사평-희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예심을 거쳐 본심에 넘어온 작품 중 끝까지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영규의 방』『돈』『정부사』3편이었다.
희곡이란 그 자체가 문학이면서도 공연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 때문에 연극적인 면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퍽 까다로운 요소를 지니고 있다. 희곡이 하나의 이야기의 서술이라면 소설과 별 차이는 없는 것이다.
논의된 세 작품은 이야기에 치중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문학은 배제된 채 연극적인 면만 부각된, 한 쪽이 모자라는 작품들이다.
『영규의 방』은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있는 뇌성마비아동과 그의 부모들이 겪는 이야기를 쓴, 주제가 뚜렷한 작품이다. 그러나 한 가정의 투병기를 서술은 했으나 극적인 갈등이나 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강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이야기로 끝났다.
『돈』은 무대에 한 사람이 나와 하는 모노드라마다.
모노드라마를 단막극으로 소화한 작품은 있어도 장막을 모노드라마로 처리한 작품은 처음보았다. 그처럼 이 작가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퍽 도전적이기도 하다.
대사의 구사도 뛰어났고 현대인과 돈과의 관계를 작가 나름의 비판적인 시각에서 파악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후반부는 앞부분에서 할말은 다했는데 장막을 쓰자니 작가의 근기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해 지루했다.
그러면서도 대사의 처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인정받고도 남음이 있는 작품이었다.
『정부사』는 흡사 모범생의 답안지를 읽는 듯한 인상을 주는 성실한 작품이다. 특히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예술의 뿌리를 찾기 외해 작가는 많은 자료를 수집했고 연구도 많이 했다. 등장하는 인물도 제대로 모양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작품에는 작가의 의도를 좀더 뚜렷이 나타낼 수 있는 극적인 요소가 결여돼 있어 작가의 성의나 재미있는 사투리, 그리고 좋은 인물 구상에도 불구하고 극적 감동이나 연극적인 재미가 아쉬웠다. 이 부족한 면만 보충된다면 당선작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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