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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앗아간 22살 군인의 꿈…父 “개죽음 아닌 의로운 죽음이었으면”

중앙일보

입력

윤창호씨 사고 전후. [사진 JTBC 캡처]

윤창호씨 사고 전후. [사진 JTBC 캡처]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군인(카투사) 윤창호(22)씨의 아버지 윤기현씨는 4일 “아들의 죽음이 헛된 만취 주취자에 의한 개죽음이 아니라 사회에 던지는 경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윤씨는 이날 오후 방송된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아들이 ‘아빠 잘했어. 나 괜찮아’라고 말할까 만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버지 윤기현씨가 아들을 간호하고 있다. [사진 JTBC 캡처]

아버지 윤기현씨가 아들을 간호하고 있다. [사진 JTBC 캡처]

그는 “음주운전에 대한 양형기준 자체가 너무 가볍다. 음주운전을 실수로 보는 관점이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다. 강력한 처벌법이 마련돼 아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아들을 만났을 때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오전 2시 25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BMW승용차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길에 서 있던 보행자 2명을 치고 주유소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뉴스1]

지난달 25일 오전 2시 25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미포오거리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BMW승용차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길에 서 있던 보행자 2명을 치고 주유소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사진 부산경찰청 제공=뉴스1]

아들 윤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교차로 횡단보도에 친구와 함께 서 있다가 박 모(26)씨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4%였다. 만취 상태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충돌 충격으로 윤씨는 15m가량 날아갔다.

윤창호씨. [연합뉴스]

윤창호씨. [연합뉴스]

검사가 꿈이었던 아들 윤씨는 고려대 행정학과로 진학해 꿈을 다져나갔다. 전역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준비를 할 예정이었다.

아버지 윤씨는 “창호는 중학교 때부터 카카오톡 배경 사진을 청와대로 해놓았을 정도로 꿈이 야무졌던 아이”라며 “항상 손에 들고 다니는 다이어리에는 몇 년 째 ‘내 짧은 인생 영원한 조국에, 품위와 품격’과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윤씨 친구들은 윤씨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지난 2일 올렸다. 이 청원은 게재 사흘 만인 지난 5일 20만970명이 동의해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원인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며 평소 ‘원칙과 정도’ ‘법과 정의’를 목숨처럼 중요시하던 의식 있는 22살 젊은 친구의 꿈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고 호소했다.

또 “음주운전 가해자의 70%가 집행유예로 끝나고 재범률도 40%를 넘나든다”며 “음주 운전에 관한 솜방망이 처벌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국가는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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