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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치이고, 중국에 쓸리고 … “코스피 부진 계속 간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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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호 06면

"미국 경제 전망은 놀라울 만큼 긍정적이다.” "현재 금리는 중립 금리와는 거리가 멀다.”

파월 Fed 의장 잇단 금리 인상 시사 #달러 가치 치솟아 외국인 ‘셀 코리아’ #중국은 보따리상 단속 등 수입 규제 #전문가 “급락 않겠지만 약세 지속”

지난 2일(현지시간)과 3일 이어진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의 발언은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경제의 호황은 신흥국 증시엔 악몽이다. 달러 자산의 ‘미국 복귀’를 부추기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연 3%대로 상승한 미국 국채 금리(10년물 기준), 치솟고 있는 달러화 가치가 그 신호탄이다. 파월 의장은 미 경제 회복을 자신하면서 앞으로 금리 상승, 달러 강세에 ‘기름을 더 붓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분명히 줬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4일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지수가 0.7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1.81% 하락한 데 이어 한국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97포인트(0.31%) 하락한 2267.52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5일째(거래일 기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코스피 흐름도 바꿔놓지 못했다. 코스닥지수 낙폭은 더 컸다. 전날보다 15.30포인트(1.94%) 하락하며 773.70으로 내려앉았다. 강달러 기세에 밀려 원화가치는 전일 대비 0.5원 내린 달러당 1130.4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8월 16일(1130.1원) 이후 최저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종합선물세트식으로 국내 증시를 압박하는 여러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며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라고 말했다.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외국계 투자자가 미국 외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면 미·중 무역분쟁이 안정되긴커녕 군사행동으로 격화되면서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내수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속에 한국 경제는 ‘낀 신세’다. 금융시장은 미국에, 수출시장은 중국에 휘둘리는 처지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충돌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엇갈린 증시 반응이 한국의 서글픈 신세를 말해 준다. 그날 한국은 홍콩·대만 증시와 동반 하락했다(중국 본토 증시는 국경절로 휴장). 미국과 캐나다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 타결 소식에 미국·일본 증시가 견조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내부 움직임도 한국 증시 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다이거우(代購·중국 보따리상)’ 단속, 환경 규제 강화, 수입시장 위축 같은 이유로 국내 화장품·철강·화학 등 중국 수출 관련주가 휘청이는 중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는 가운데 금리는 오르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기업 실적이 앞으로 고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한국 주식이 싸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오른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국내 증시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증시 움직임에 있어 제일 중요한 변수는 달러화 강세”라며 “달러 약세 기간엔 신흥국 시장이 살아나고 강세로 가면 신흥국 시장 수익률이 나빠지는 현상이 뚜렷한데,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달러화가 강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전고점 이하”라며 “국내 시장이 며칠째 흔들리고 있지만 기업 실적이 여전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버티는 힘은 유지될 것이며,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된다든지 하는 급락 장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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