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교권 바로 세우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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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사들 편만 듭니까."

학부모들이 교사를 무릎 꿇리고,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보도되자 학부모들이 전화와 e-메일로 따져 물었다. 학부모들의 잘못도 크지만 고민도 이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중2 아들과 초등 5년 딸을 둔 40대 여성은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은 학부모들"이라고 했다. 사연은 이랬다. 얼마 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방안에서 엉엉 울더란다. 교실에서 친구와 장난을 치다 선생님한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것이다. "야단맞는 게 당연하다"고 하자 아이가 뜻밖의 말을 했다. 선생님이 "야, 이놈아. 너 학교 오지마. 너 같은 놈은 필요 없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학부모는 "당장 교사에게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아이가 또 밉보일까봐 참았다"며 "일부 교사 때문에 교단 전체가 욕을 먹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요즘 학생들은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디지털'세대다. 그러나 상당수 교사들은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 권위를 앞세워 윽박지른다고 고분고분할 아이들이 아니다. 23일 뒤늦게 알려진 '여수 여고생 7명 감금'사건이 대표적이다. K교사는 4월 말 사진수업을 받던 학생들을 두 시간 이상 교실에 감금했다. "학생들이 기대에 못 미쳐 그렇게 한 것"이라는 게 K교사의 변명이다.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그 교사는 "지도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했다. 교사들의 수난은 학부모.교사.학생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교사에 대한 폭행.폭언.협박은 어떤 경우든 정당화될 수 없다. 교사들은 학생의 영원한 스승이다.

"학원 선생님보다 잘 가르치니?"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감히 내 자식을…"과 같은 말이나 생각을 한 적은 없었나. 학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선생님을 무시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존경할 수 있을까. 부모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아이들도 올곧게 자란다.

교사도 책임이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대부분 교사들은 따뜻한 가슴과 사명감으로 묵묵히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교육과의 경쟁력 문제나 부적격 교원 퇴출 시스템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와도 교사들은 꿈쩍 않는다. 수업의 질과 학생지도 방식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 교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때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