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빚 내서 새 집' 사느라 금융사정 빠듯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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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신규 주택을 계속해서 구입하느라 자금운용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총수입을 늘린 덕에 여유롭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2/4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중 국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분기 대비 5조9000억원 줄어든 11조원을 기록했다. 순자금운용은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차감한 액수다.

지난 4월 한 모델하우스 내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시민들 [중앙포토]

지난 4월 한 모델하우스 내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시민들 [중앙포토]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빚을 통해 자금조달 규모를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전분기 대비 4조8000억원 늘어난 27조6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기관 차입금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는 전분기 대비 6조3000억원 늘어난 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가계가 차입금을 동원해 자금조달을 늘린 뒤 이를 통해 신규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주거용 건물건설 총액은 28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9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신규 주택 구입을 지속하면서 전분기 대비 순자금운용 규모가 축소됐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정부는 순자금운용 규모를 확대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일반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1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조6000억원 늘어났다. 2009년에서 2017년 평균 2분기 일반정부 순자금운용 규모가 3조7000억원이라는 데 비춰보면 이는 유독 크게 증가한 금액이다.

한은은 정부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된 배경으로 정부수입이 늘어난 것을 꼽는다. 실제 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정부의 총수입은 123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수입 증가로 인해 전분기 대비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다"며 "자금운용은 금융기관 예치금을 중심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2분기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국내부문 순자금운용 규모는 14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3000억원 줄어들었다. 6월말 기준 총금융자산(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합계)은 전분기말 대비 277조2000억원 증가한 1경7147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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