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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만이 살아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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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구학서 신세계 사장(오른쪽)이 2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월마트 코리아 인수협정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올 들어 할인점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너무 조용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매장 수(16개)도 적지만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만한 특별한 이벤트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할인점 업체와 국내업체 간의 경쟁에서 토종 업체가 국내에서 완승했다. 전 세계 매장에서 맹위를 떨쳤던 월마트와 까르푸는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까르푸에 이어 월마트까지 철수함으로써 한국에서는 한국형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실히 보여 줬다"고 말했다. 업계는 '토종 할인점 업체가 국내에 진출한 세계 1위 업체의 점포를 삼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로써 이마트 국내외 매장은 102개로 늘어나게 됐다. 유통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비자들이 누릴 이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과점화 현상이 굳어지게 되면 되레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마트의 장점 맛을 톡톡히 볼 듯=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이마트를 한국형 할인점으로 키운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정용진 부사장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이마트 본부를 수시로 찾으며 한국 소비자의 실정에 맞는 경영 방식을 강조한다. 이들 경영진의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들은 이마트에 입맛이 굳어질 정도가 됐다. 이번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로 그동안 월마트를 이용해 왔던 소비자들은 이마트가 제공하는 판매기법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숭실대 경영학과 장범식 교수는 "이마트는 고객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변명식 장안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마트는 고객을 유인할 만한 상품 진열이 강점"이라며 "소비자들은 보다 폭넓은 문화와 쇼핑의 복합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변 교수는 "그동안 월마트의 운영 방식을 미국식 선진기법이라 여겼으나 그런 거품이 사라졌다"며 "세계 유통사에 남을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마트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점을 말하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이마트의 점포당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그 혜택을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후속 인수합병(M&A) 가능성 커=대우증권 남옥진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국내 할인점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활발한 M&A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할인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12년까지 후발업체의 도태와 M&A가 이어져 업체들이 덩치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 업계는 과점체제로 정착돼 "결국 소비자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진혁 연구원은 "일부 겹치는 매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마트의 해결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마트의 독주로 경쟁 할인점들은 다른 업태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수퍼마켓, 롯데마트는 종합쇼핑몰에 주력할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2.3위 업체의 다양한 변신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주목된다.

정선구.김필규 기자<sungu@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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