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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란에 대한 '이중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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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 협정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냉전 기간 중 종종 상반된 입장을 취해 왔던 지구상의 양대 민주주의 국가 사이에 새로 지정학적 관계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협정이 더 많이 눈길을 끄는 것은 둘째 이유 때문이다. 바로 핵무기 확산방지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비판론자들은 인도에 핵을 공식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공격한다. 이들은 이 협정이 다른 나라엔 허용하지 않는 핵무기 보유를 인도에는 용인하고 있다며, 이는 이중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비난한다.

이 같은 비판은 부분적으론 맞다. 미국은 이중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40년 가까이 된 NPT는 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의 다섯 나라에만 핵무기 보유권을 주는 이중 기준에 기초해 출발했다. 세계는 이제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의 세 나라가 추가로 핵 보유국이 된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미.인도 협정에 대한 비판 중 잘못된 부분은 '인도에 핵을 허용하면 북한.이란 등에도 핵무기 개발의 길을 열어주게 된다'는 주장이다. 모든 국가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다. 투명성과 법치가 지배한다. 또 인도 정부는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다. 인도가 다른 국가에 핵을 확산하려 들 것이라고 믿을 이유도 전혀 없다.

북한.이란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압제적이고, 군사화된 사회일 것이다. 위험한 기술을 무책임하게 수출해 온 전력도 있다. 이란은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공공연히 "이스라엘을 파괴해 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세계는 인도와 동등하게 대접해 달라는 북한.이란의 요구를 거절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인도 협정에 위험 요소가 있긴 하다. 북한.이란이 세계가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착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이들이 이런 헛된 생각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메시지가 북한에는 전달된 것 같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이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 중국은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미국의 군사 보복 위험이 있고, 한국.일본도 핵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런 것들은 북한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불행히도 이란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가 없다. 고유가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미 지상군이 이라크 때문에 바쁘다는 점도 그렇다. 이에 따라 이란 지도자들은 핵 프로그램을 강행하는 현명하지 못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만일 미국이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공격한다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이 경제적 이익과 안전을 보장받고, 대신 우라늄 농축에 대한 제한.감시를 수용한다면 양국 모두에 더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이란의 계산은 미.인도 협정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란 국내의 정치상황과 국제사회의 공동전선 형성 여부가 변수다. 미국이 합리적인 외교 제안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걱정할 나라는 이란이지, 인도가 아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

정리=김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