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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깊은 슬픔" … 조기 게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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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22일 열린 59차 세계보건기구(WHO) 연례총회 개막식에서 이종욱 사무총장의 타계 소식을 들은 각국 대표단과 사무국 직원들이 묵념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앞에 조기가 게양된 모습. [제네바 AP=연합뉴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2일 세상을 떠난 소식이 알려지자 유엔과 WHO 사무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보건 관계자들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을 방문 중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이종욱 사무총장의 타계를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유럽본부(UNOG)를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아난 총장은 "이 박사의 급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20여 년간 WHO에서 봉사해 온 그는 직원들에게 값진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내게도 개인적으로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였다"고 애도했다.

아난 총장은 "이 박사는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의 여파가 미치던 2003년 WHO의 지휘권을 잡은 뒤 세계 공중보건 사업을 강화하는 데 정열적으로 매진해 왔다"며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AI)와 에이즈에서 결핵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의 위협에 대처한 투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족과 WHO 직원들, 그리고 유엔 식구들에게 최대한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지도자이며 동료인 동시에 친구인 그의 갑작스러운 상실은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말을 맺었다. UNOG는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으로 출입문 입구의 만국기를 조기로 게양했다.

이날 개막한 WHO 연례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이 총장의 타계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총회 의장을 맡은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보건장관은 192개 회원국 대표들에게 비보를 알리면서 "고인은 우리 보건 장관들에게는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이었고 항상 조언을 해 주었다"며 "비범한 인물이자 리더를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총회장 곳곳에서 WHO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총회는 2분간 이 총장을 애도하는 묵념을 한 뒤 1시간 동안 정회했다.

총회에 참석한 마이크 레빗 미국 보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인이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수십 ㎞씩 헤맨 경험을 얘기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일찍이 고생을 경험한 것이 그가 공공 서비스에 헌신키로 한 이유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WHO의 서태평양 지역 사무소장인 오미 시게루 박사는 "오랜 세월 그의 헌신적인 활동을 지켜봐왔다"며 "그의 헌신에 대해 최고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WHO 사무국은 연례 총회장 한쪽에 조문록을 비치하고 각국의 조문객을 맞기 시작했다. 또 유족이 WHO 주관 장례를 희망하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스 노르트스트롬 총무담당 사무차장이 총장직을 대행한다.

제네바=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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