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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미래는 나의 것, 전기차 vs 수소차 ‘킹카’ 대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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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호 02면

[SPECIAL REPORT] 환경규제가 만든 차세대 경쟁

지금 선뜻 전기차(EV)를 사기는 어렵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충전이 오래 걸리고 장거리 이동에 불편하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더욱 장벽이 많다. 전기차보다 비싼데 수소로 충전한다는 점이 생소하다. 차종(4종)이 적어 구미에 맞는 차를 고르기 힘들다.

수소차 5분 충전해 600㎞ 주행 #고가, 인프라 구축 비용은 부담 #전기차는 출력 좋고 시속 200㎞ #충전 최대 8시간, 주행거리 짧아 #비디오 ‘VHS 대 베타’ 혈전 빼닮아 #가솔린·디젤처럼 공존 가능성도

지금은 이렇지만 몇 년 뒤엔 옛날 얘기가 될 것 같다. 1900년대 초 마차보다 불편해 보이던 내연기관차가 도로를 점령하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젠 내연차 100년 천하를 깰 차세대차 ‘양대 라이벌’, 전기차와 수소차가 경쟁 중이다. 세계 환경규제 강화가 만들어낸 변화다. 중국과 유럽 중심으로 성장이 빨라 대세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신기술이 수요와 만나 대중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3년으로 자동차 산업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사들은 앞다투어 내연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불투명한 것은 두 방식 중 무엇이 차세대차의 표준이 될지다. 마치 1970년대 말~80년대 초에 벌어진 비디오테이프 표준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일본 소니 베타 방식과 빅터 등의 VHS 방식이 새롭게 떠오르던 홈비디오 시장을 두고 표준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비슷한 경쟁이 약 30년 흐른 현재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 재연되고 있다. 한 세대 전 베타와 VHS처럼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체는 수소기술 중심으로 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새로 진입한 전기차 업체의 도전에 방어하고 수소차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다.

수소차도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바보 연료 전지(Fool Cells).”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의 수소연료전지(Fuel Cells)를 이렇게 비틀어 부른다. 그는 수소를 분해하고 운반하고 탱크에 넣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절반을 넘는다며 수소차를 깎아내린다. ‘수소는 영원한 미래 에너지’라는 말도 있다. 실용적이지 않아 늘 가능성만 보여준다는 말이다. 이런 지적은 주로 신생 전기차 생산자들로부터 나온다. 반면 완성차 업계가 주축인 수소차 옹호 진영에서는 “수소차는 전동화 차량 중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주장한다.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구동되는 미래 자동차라는 것이다.

실제로 두 방식은 공통점이 많다. 수소차도 수소를 사용해 만든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쓰는 전기차의 일종이다. 초기엔 수소를 직접 태워 에너지원으로 쓰는 수소연료차(HFV)로 개발되다 연료 효율이 낮아 상용화할 수 없었다. 현재 수소차라고 하면 모두 수소연료전지차를 뜻한다. 수소차의 고압 수소탱크에 충전된 수소에 산소를 넣어 화학반응을 내는 방식이다. 수소와 산소는 백금 촉매를 거치면서 전기를 일으킨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 조금씩 사용하고 연료전지는 화학반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 모터를 구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산업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는 진입 장벽의 정도다. 전기차는 부품 구조가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다. 완성차 업체가 아니더라도 쉽게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계)을 생산할 수 있다. 차의 성능은 자동차 업체의 기술력이 아닌 2차전지 업체가 공급하는 배터리가 좌우한다.  중국에 갑자기 10개가 넘는 전기차 업체가 등장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덕분에 현재 다소 휘청거리고 있긴 하지만 테슬라와 같은 신기술 업체가 자동차 산업 이슈를 독점하기도 한다. 100여 년 쌓아온 내연기관 양산 기술이 방패였던 완성차 업체가 갑자기 산업 헤게모니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내연차 시대의 끝은 예고된 만큼 그냥 있을 수도 없다.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생산 대열에 합류하면서 쌓아온 유산을 깎아먹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반면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기술 장벽이 높다. 엔진은 사라지지만 수소공급장치와 흡배기계열 부품이 필요해 수년간 형성된 부품 생태계도 빛을 발한다. 결정적으로 핵심 부품인 연료전지 기술은 완성차 업체가 쥐고 있다. 이들로선 전기차보다 수소차가 차세대 주력 차종이 되는 것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쉽지 않다. 각각 불편한 포인트가 다르다. 수소차의 장점은 전기차에 비해 빠른 충전과 긴 주행거리다. 5분이면 완전 충전해 600㎞ 이상을 갈 수 있다. 장거리 이동에도 거뜬하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할 경우 20분, 완속은 4~8시간 걸린다. 한 번 충전으로 350㎞를 이동할 수 있지만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면 주행거리는 20~30% 줄어든다.


현대차 넥쏘 보조금 받아도 4600만원대

가격과 미흡한 인프라는 수소차의 단점이다. 연료전지 스택 안 촉매로 귀금속인 백금이 사용되는 게 높은 가격의 이유다. 앞으로 백금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나 대체품이 나와야 가격을 내릴 수 있다. 2013년에 나온 투싼 수소전기차의 백금 사용량은 80g에 달했지만 넥쏘에는 이의 절반 정도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소 충전소 설치에는 약 25억~30억원이 들어 확산이 더딘 것도 구매 결정을 망설이게 할 요인이다. 1억원 정도면 설치 가능한 전기차 충전소와 비교된다. 수소탱크를 배치해야 해 내부 공간이 좁다는 제약도 있다. 여기에 출력이 낮기도 하다. 넥쏘의 경우 최대출력은 154마력으로 중형 디젤 승용차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차에 비해 비싸지만 수소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순수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3는 3만5000달러(3927만원) 정도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는 6890만원에 달한다. 국가 보조금을 받아도 4600만원대로 고가다. 아직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모델3를 구입하고 보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7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구매 결정을 좌우할 만한 차이다.

에너지 효율도 전기차가 월등히 좋다. 모델3는 ㎞당 25원(급속충전 시)이면 되지만 넥쏘는 73원이 든다. 국내에서 수소는 모두 석유화학단지에서 부가적으로 생성돼 무료로 공급된다. 하지만 운반비가 있어 충전 장소에 따라 ㎏당 3000~8000원 사이를 오간다. 전기차는 심야·완속충전 등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두 차종 모두 내연차(㎞당 93~107원)보다는 유지비가 덜 든다. 전기차는 내연차만큼 출력이 좋다. 테슬라 모델3 표준모델은 최대출력이 204마력으로 시속 200㎞로 달릴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장단점만으로는 전기차와 수소차 중 무엇이 차세대 주력 차종이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판매량을 보면 전기차가 한참 앞선다. 하지만 수소차를 키우려는 완성차 업체의 의지도 확고하다. 여기에 고용 유지에 유리한 수소차 생산라인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이 전폭적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기차와 수소차 판매량이 늘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2020년 이후 발전방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KTB투자증권 이한준 애널리스트는 “수소차는 장거리용 차량과 대형 상용차, 전기차는 소형 단거리 차량으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경쟁이 VHS 방식의 완승으로 끝난 홈비디오 시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가솔린과 디젤 엔진처럼 공존할 것이란 예측이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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