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퍼상이 기업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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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해 우리 나라의 국제수지 흑자규모는 당초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1백4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등의 통상압력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원화의 절상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현시점에서 수입 확대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와 비례해 우리 나라 수입의 8할 정도를 담당하는 무역대리점, 속칭 오퍼상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어두컴컴한 단칸방에 텔렉스·전학·책상 몇 개를 비치해 놓고 5∼6명이 옹기종기 사무를 보는 것으로 쉽게 연상되는 오퍼상. 그러나 이들은 「바늘에서 선박까지」 「적도에서 극지방까지」라는 말로 대변되듯 취급 품목과 활동영역은 실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중인 무역대리점수는 모두 4천6백여개. 지난해 4천1백개보다 5백여개가 늘어났다. 종사자는 약 5만명. 이들은 전세계 84개국 3만4천여 공급선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국내업자와 이들의 무역을 중개한다.
이들 오퍼상은 대부분의 업체가 소자본·소인원의 영세규모다. 업체당 종업원 수는 평균 10여명.
그러나 최근 들어 종업원이 1백명 넘는 대형업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학기기 전문수입업체인 신한과학은 종업원 1백50여명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역시 과학기기 수입 업체인 동일교역도 종업원수가 1백30명에 달한다.
현재 무역대리점으로 등록된 업체는 1년에 5만 달러이상의 수수료(커미션) 수입을 올려야 한다. 이는 부실업체의 난립을 막고 대형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
수수료는 계약에 의해 결정되며 일정한 비율은 없다. 거래규모가 큰, 예컨대 곡물·석탄 등의 경우는 낮고 신상품 등은 높다. 한국은행집계에 따르면 87년 한해동안 전체무역대리점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9억6백만 달러.
무역대리점의 역할 중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이상이다. 지난해의 경우 수입알선 액수는 총수입의 80%에 해당하는 3백60여억 달러규모에 달했고, 수출알선액수는 20억 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들 무역대리점은 우리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화·국제화·대형화하는 등 과거의 주먹구구식 영업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주업무가 수입알선인 만큼 외국의 공급선으로부터 달러로 받는 커미션이 원화절상으로 인해 환차손을 보게되자 직접 현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파는 이른바 재고판매를 늘려 이를 극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고판매의 경우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를 검토중이며 최근에 생긴 무역대리점들의 경우는 아예 재고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다. 재고판매만 하는 무역대리점은 87년 6백개에서 지난해 8백개로 늘어났다.
또 과거 수입알선을 해주고 수수료만 챙기던 때와는 달리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국내 고객관리에도 철저하다.
특히 기계류 등의 수입을 알선하는 업체는 기술자나 부품을 비치, 고장났을 때 이를 고쳐주는 일까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무역대리점에는 1천8백여명의 기술자와 3천여명의 기능공 등 모두 5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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