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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ㆍ러,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또 격돌

중앙일보

입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놓고 양분됐다.

폼페이오 주재 장관급 회의서 #대북제재 유지해야 한다는 미 주장에 #"북한의 인도적 위기 부른다" 반발

2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 중국ㆍ러시아가 미국에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17일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이 협공을 벌인 상황이 회의 참석자의 격을 장관급으로 높인 상태에서 재현된 것이다.

이날 회의의 주제는 ‘비확산ㆍ북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려는 과거의 외교적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제 새 시대의 새벽이 밝았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북한에 밝은 미래가 놓이는 시간이 가능한 한 빨리 오길 바란다”며 “북한의 평화와 밝은 미래를 향한 길은 오직 외교와 비핵화를 통해서만 이뤄진다”며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만약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좀 더 강력한 고립과 압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선 유엔의 대북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회의장은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의 최종적인 비핵화가 완전히 달성되고 완전히 검증될 때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우리의 엄숙한 공동 책임”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올해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는데, 그 결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 회원국으로서 그 상한선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이 미국의 제재강화를 두둔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아직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제재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미국 입장을 지지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완화론에 방점을 찍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대북제재가 집단적인 처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인도적 위기를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서 제재강화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점진적인 군축 조치들에 따라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독자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에 대해서도 회원국의 주권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대북 압박이 목표는 아니라는 게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제재 이행과 정치적 해법은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시점에 북한의 조치에 따른 제재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같은 제재완화론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첫 정상회담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뉴욕을 방문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활발한 행보와도 맞물린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소통과 협력하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소통과 협력하기로 했다. [신화=연합뉴스]

이 외무상은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뉴욕회동을 마친 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잇따라 만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에서 북한을 여전히 자신들의 세력하에 두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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