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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마늘 순대·흑마늘 닭강정…단양팔경도 식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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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단양구경시장은 단양 팔경(八景)에 이어 아홉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충북 단양의 자랑이다. 그래서 ‘구경(九景)’이다. 구경거리도 많지만, 무엇보다 먹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마늘을 활용한 음식이 두드러진다. 이제 사람들은 도담상봉·고수동굴 같은 명승지가 아니라 ‘맛있는 시장’ 때문에 단양을 찾는다.

시장에서 놀자<하>단양구경시장 #도담삼봉·고수동굴 뺨치는 명소 #200년 전통시장 댐 건설로 이전 #순댓집 6곳, 가게마다 색다른 맛 #만두도 떡갈비도 온통 마늘천국

단양구경시장의 주인공은 마늘이다. 120개 점포 중 마늘 파는 &#39;상회&#39;가 13개로 가장 많다. 단양의 마늘 생산량은 전국 1%도 안 되지만 품질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매운맛이 강하고 유독 단단하다.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의 주인공은 마늘이다. 120개 점포 중 마늘 파는 &#39;상회&#39;가 13개로 가장 많다. 단양의 마늘 생산량은 전국 1%도 안 되지만 품질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매운맛이 강하고 유독 단단하다. 최승표 기자

 단양 구경시장이 지금 위치에 자리 잡은 건 1985년이다. 충주댐 건설과 함께 시장뿐 아니라 단양읍이 통째로 이사했다. 시장은 18세기 말부터 섰다. 원래는 단양 전통시장이었다. 2011~2013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시장 이름을 바꿨고, 단양 특산물을 내세운 음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명환(58) 상인회장은 “유명 관광지가 가까운 데다 식도락 여행자가 늘면서 단양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며 “시장 이용객의 70~80%가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설명했다.

단양은 제주나 경북 의성 등에 비하면 마늘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석회토질에서 자란 마늘 맛은 최고라고 단양 사람들은 자부한다. 최승표 기자

단양은 제주나 경북 의성 등에 비하면 마늘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석회토질에서 자란 마늘 맛은 최고라고 단양 사람들은 자부한다. 최승표 기자

 시장의 인기를 견인한 건 단연 마늘이다. 단양은 명성 높은 마늘 산지다. 생산량은 전국 1%도 채 안 되지만, 한지형 마늘 중에서 빼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마을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의성에도 없는 마늘연구소가 단양에는 있다. 구경시장 120개 점포 중 마늘 점포가 13곳이나 된다. ‘서울상회’ 이희채(66) 사장이 마늘을 까 보이며 말했다.
 “단양은 석회암지대인 데다 황토밭이 많고 일교차가 커 마늘이 단단하고 매운맛이 강합니다. 그런데 날것으로 먹어도 탈이 안 나죠.”

단양구경시장에는 순댓집만 6곳이다. 모두 통마늘을 듬뿍 넣은 순대를 판다.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에는 순댓집만 6곳이다. 모두 통마늘을 듬뿍 넣은 순대를 판다. 최승표 기자

상인들도 언제부터 순대가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는지 잘 모른다. 바다가 머니 해산물이 귀하고, 저렴하지만 푸짐한 서민음식이어서 예전부터 즐겨 먹었다고만 설명한다. 최승표 기자

상인들도 언제부터 순대가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는지 잘 모른다. 바다가 머니 해산물이 귀하고, 저렴하지만 푸짐한 서민음식이어서 예전부터 즐겨 먹었다고만 설명한다. 최승표 기자

 대표적인 마늘 음식은 마늘순대다. 순댓집만 6곳인데, 모두 마늘순대를 판다. 간 마늘이 아니라 엄지손톱만 한 통마늘을 넣는다. 흥미롭게도 순댓집마다 자체 작업장을 갖추고 있다. 통마늘을 비롯한 채소와 신선한 돼지 선지를 버무려 창자에 욱여넣는 작업이 도처에서 이뤄진다. 충남 천안(병천순대)이나 강원도 속초(아바이순대)처럼 순대로 유명한 고장에서도 요즘엔 대부분 공장 순대를 갖다 판다.
 손수 순대를 만드는 터라 맛 경쟁이 치열하다. 선지를 듬뿍 넣어 유독 시커먼 순대가 있는가 하면, 청양고추를 넣어 매운맛에 힘을 준 매운순대, 단양의 또 다른 특산물 아로니아를 넣어 영양까지 챙긴 순대도 있다. ‘토종마늘순대’ 김영원(57) 사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해 개성이 없으면 도태된다”고 말했다.

단양구경시장 순댓집은 모두 작업장을 갖추고 직접 순대를 만든다. 토종마늘순대 김영원 사장이 순대를 들어보이는 모습.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 순댓집은 모두 작업장을 갖추고 직접 순대를 만든다. 토종마늘순대 김영원 사장이 순대를 들어보이는 모습. 최승표 기자

 마늘순대가 전부는 아니다. 단양에서 즐겨 먹는 흑마늘을 활용한 음식도 많다. 공영주차장 방향에서 시장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빵 굽는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팥 버무린 소에 흑마늘을 넣은 찰보리빵 냄새다. ‘단양 흑마늘빵’ 정진오(52) 사장이 “한의사가 음양의 조화가 훌륭한 음식이라고 칭찬했다”고 자랑했다.
 가마솥 7개에서 쉼 없이 닭을 튀기는 흑마늘닭강정은 주말이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흑마늘을 갈아 넣은 양념 맛이 중독성 강하다. ‘흑마늘닭강정’ 김상득(58) 사장은 “흑마늘 워낙 향이 강해 오랜 기간 레시피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마늘기름을 넣어 만든 단양마늘만두도 필수 코스로 꼽힌다. 하루 200인분만 파는 김치마늘만두는 점심때 동난다. 아로니아를 넣은 호두과자, 마늘떡갈비, 흑마늘호떡 같은 주전부리도 인기다.

단양구경시장을 대표하는 간식. 왼쪽부터 흑마늘빵, 흑마늘닭강정, 마늘만두.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을 대표하는 간식. 왼쪽부터 흑마늘빵, 흑마늘닭강정, 마늘만두.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은 온누리상품권을 쓰기에 좋은 시장이기도 하다. 오일장마다 찾아오는 장꾼도 상품권을 받아준다.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유통 금액이 1억6689만원을 기록했다. 단양구경시장 상인회 황영혜 매니저는 “상인회가 틈날 때마다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줘 상인들이 은행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며 “온누리상품권 이용 실적에 따른 적립금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서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단양구경시장은 오일장이다. 매달 1·6·11·16·21·26일에 오일장이 열려 북적북적하다. 최승표 기자

단양구경시장은 오일장이다. 매달 1·6·11·16·21·26일에 오일장이 열려 북적북적하다. 최승표 기자

 ◇여행정보=서울시청에서 단양 구경시장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주차공간이 협소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 시외버스터미널이 걸어서 5분 거리고, 단양역에서 버스로 10분 거리다. 코레일관광개발에서 운영하는 ‘팔도장터관광열차’를 타면 온누리상품권 5000원권을 준다. 매달 1‧6‧11‧16‧21‧26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단양=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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