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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5·1경기장 7분 연설, 15만 관중 10차례 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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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환호하는 평양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인 19일 오후 10시25분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 평양시민 앞에 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대집단체조를 관람한 뒤 7분 가량 인사말을 하면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9시쯤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한국 대통령 북한서 첫 대중연설 #9·9절 공연 ‘빛나는 조국’ 재구성 #체제 우월 과시 논란에 내용 바꿔 #제재 대상 만수대창작사도 방문

약 1시간의 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연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소개와 문 대통령의 인사말이 남측에도 생중계로 방송됐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시민들 앞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장면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이 귀중한 한 걸음의 전진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서 “오늘 문 대통령이 역사적인 평양 수뇌상봉과 회담을 기념해 평양시민 앞에서 직접 뜻깊은 말씀을 하시게 됨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글로 길이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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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평양시민 여러분, 북녘의 동포 형제 여러분, 평양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해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인사말 도중에 10여 차례 큰 박수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나는 나와 함께 담대한 여정을 결단하고 새로운 여정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지도자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관람한 대집단체조는 ‘빛나는 조국’을 재구성한 것이다. ‘빛나는 조국’은 북한이 건국절(9·9절) 7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대형 공연으로 지난 9일 처음 공개됐다. 수만 명이 동원된 카드섹션과 집단체조, 서커스를 조합한 종합공연이다.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내용이어서 한국 대통령의 관람이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해 북한 측이 공연 구성을 일부 바꿨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전체적인 틀은 ‘빛나는 조국’이라고 알고 있다. 그 틀에 환영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미의 내용이 들어가 있어 제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은 과거 북한의 대표적인 대집단체조 공연 ‘아리랑’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많았다. 공연 중 드론이 등장하는가 하면 무대 바닥에 백두산 천지 영상을 비추는 영상예술인 일종의 ‘미디어 아트’ 기법도 사용됐다. 또 과거 ‘아리랑’에 등장했던 “원수를 치자” “최후결전” 등의 반미 구호 대신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고 외교관계 다각화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연 도중 문 대통령이 등장하는 4·27 남북 정상회담 영상이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공연 관람 전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종합미술 창작센터인 만수대창작사도 방문했다. 만수대창작사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지난해 8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단체여서 이날 방문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안보리는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 국가 등에 조형물을 판매해 수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2016년 11월 결의 2321호에서 “모든 회원국은 북한인이 만들었거나 북한 선박 혹은 비행기를 이용해 운반하는 대형 조형물 수입을 금지하도록 결정한다”(29항)고 의무화했다. 한국과 미국도 2016년 12월 만수대창작사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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