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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이 살던 인도네시아 가정, 새집서 3대 ‘감동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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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빗물이 들이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붕 대신 덮어놓은 천막 틈으로 빗물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침실 바닥에 있는 매트리스가 빗물에 젖자 4살 손자가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지역 마을로 해비타트 봉사를 온 포스코 직원이 5호 하우스를 짓기 위해 벽돌을 쌓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지역 마을로 해비타트 봉사를 온 포스코 직원이 5호 하우스를 짓기 위해 벽돌을 쌓고 있다. 박진호 기자

비 오는 날 뜬눈으로 밤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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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이면 집안은 온통 흙탕물로 가득 찬다. 가족들은 바닥에 앉지도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꾸방사리(Cilegon Ciwandan Kubangsari) 마을에 사는 마스투아(51·여·Mastuah) 가족 얘기다.

한국해비타트, 500번째 해외봉사 #포스코 임직원 등 150여 명 동참 #빈곤가정 등 위해 새 집 10채 지어 #수혜자도 300시간 ‘땀의 분담’

마스투아 가족은 33㎡(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아들과 딸, 사위와 손자까지 총 7명, 3대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최근엔 지붕 기와가 집안으로 떨어져 지붕을 철거하는 등 그동안 가족들은 붕괴 위험이 높은 낡은 집에서 어렵게 생활해왔다.

마스투아는 “우기 땐(10월~3월) 불안해서 잠을 못 자고 온 가족이 종일 걸레로 바닥을 닦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지역 마을로 해비타트 봉사를 온 성우 배한성씨(오른쪽 두번째)와 배우 권오중씨(오른쪽 세번째)가 철근을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지역 마을로 해비타트 봉사를 온 성우 배한성씨(오른쪽 두번째)와 배우 권오중씨(오른쪽 세번째)가 철근을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땅, 따땅, 땅”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차로 2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찔레곤시 쯔완단 마을. 가슴에 태극기가 있는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철근을 망치로 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다른 봉사자들이 시멘트에 물에 섞고 벽돌을 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한국해비타트와 포스코 임직원, 포스코 청암재단이 지원하는 현지 장학생들이었다. 150명이 넘는 봉사단은 지난달 25~30일 주거환경이 열악한 가정의 집을 새로 지어주는 봉사를 했다.

광양제철소 설비기술부 박힘찬(29)대리는 “힘들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족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선물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이 찔레곤 지역에 새로 건축하는 집은 총 10채다. 마스투아의 집은 페인트칠까지 마쳤고, 나머지 9채는 벽돌을 쌓는 중이다. 집 한 채의 집을 짓는데 짧게는 3주, 길게는 석 달이 걸린다. 여러 봉사단체가 릴레이식으로 작업해 집을 완성한다

부인, 딸과 함께 사는 에디 하르야디(40·Edi Haryadi)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바닥이 흙이라 비가 오면 침실까지 갯벌처럼 변한다. 박진호 기자

부인, 딸과 함께 사는 에디 하르야디(40·Edi Haryadi)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바닥이 흙이라 비가 오면 침실까지 갯벌처럼 변한다. 박진호 기자

에디 하르야디(40·Edi Haryadi)가족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판자를 수거해 지은 집이라 비가 오면 빗물이 집안으로 들이친다. 박진호 기자

에디 하르야디(40·Edi Haryadi)가족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판자를 수거해 지은 집이라 비가 오면 빗물이 집안으로 들이친다. 박진호 기자

수혜자들 300시간 이상 봉사해야

부인, 딸과 함께 사는 에디 하르야디(40·Edi Haryadi)도 곧 새집을 받게 된다. 그는 지금 버려진 판자를 모아 지은 집에서 산다. 집안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 데다 바닥도 흙이라 비가 오면 집안 전체가 갯벌처럼 변한다.

시멘트공장에서 일하는 그의 한 달 수입은 약 200만 루피아 우리 돈으로 15만원 정도다. 한 달 생활비가 적어도 300만 루피아 이상이 들기 때문에 집수리는 엄두도 못 냈다.

해비타트와 포스코, 찔레곤시 관계자는 하르야디 가족처럼 저소득·노인·장애인인 가운데 주택 지원이 시급한 가정을 조사해 10가구를 선정했다.

그렇다고 새집을 공짜로 지어주는 건 아니다. 수혜자는 ‘땀의 분담’을 통해 자신의 집 혹은 이웃의 집 짓기 과정에 300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꾸방사리 마을에 사는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이 지난달 30일 완공된 새집을 본 뒤 기뻐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인도네시아 찔레곤시 쯔완단 꾸방사리 마을에 사는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이 지난달 30일 완공된 새집을 본 뒤 기뻐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새로지어진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앞에서 성우 배한성, 포스코 이상춘 상무, 배우 권오중, 손미향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 제임스 인도네시아 해비타트 대표(사진 왼쪽부터)가 손도장을 찍고 있다.[사진 해비타트]

새로지어진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앞에서 성우 배한성, 포스코 이상춘 상무, 배우 권오중, 손미향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 제임스 인도네시아 해비타트 대표(사진 왼쪽부터)가 손도장을 찍고 있다.[사진 해비타트]

성우 배한성, 배우 권오중씨도 동참

하르야디는 “내 집을 짓는 일이라 힘들어도 즐겁다. 앞으로 해비타트 집 짓기 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이제 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한국해비타트의 해외봉사단 파견은 이번이 500번째다. 해외봉사에 참여한 포스코 역시 5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봉사단을 보냈다. 해비타트 홍보대사인 성우 배한성씨와 배우 권오중씨 가족이 동참해 힘을 보탰다.

해비타트와 포스코는 봉사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페인트 작업까지 마친 뒤 마스투아씨 가족에게 방 두 개와 거실이 있는 26.4㎡(8평) 규모의 10호 하우스를 선물했다. 새집을 본 마스투아는 “뜨리마 까시(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마스투아의 딸 피트리아티(24·여·Fitriati)씨는 “부모님과 제대로 된 집에서 함께 살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오중씨 가족. [사진 해비타트]

지난달 30일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는 권오중씨 가족. [사진 해비타트]

지난달 30일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앞에서 열린 헌정식. 한국해비타트가 해외에 봉사단을 파견한 건 이번이 500번째다. [사진 해비타트]

지난달 30일 마스투아(51ㆍ여ㆍMastuah) 가족의 집 앞에서 열린 헌정식. 한국해비타트가 해외에 봉사단을 파견한 건 이번이 500번째다. [사진 해비타트]

2021년까지 125세대 신축 및 리모델링

손미향 한국해비타트 사무총장은 “우리는 하우스를 짓는 게 아니라 홈을 짓는 거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찾아와 내 집을 짓는다는 사실에 수혜자들은 큰 감동을 하고 ‘나도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볼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지용 포스코 인도네시아 대표법인장은 “찔레곤 지역 주거환경 개선은 포스코 그룹과 협력사 임직원 2만명이 매월 급여의 1%를 후원해 운영하는 포스코 1% 나눔재단의 기부로 진행된다”며 “앞으로도 찔레곤 지역의 발전과 인도네시아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비타트와 포스코는 2021년까지 인도네시아 스틸빌리지 지원사업으로 찔레곤 빈민 지역 4개 마을(반자르네가르·꾸방사리·뜨갈라뚜·사망라야)에 총 125세대의 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한다. 또 화장실 150개소·급수대·쓰레기소각장·학교 등 공공시설을 건립해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찔레곤은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3시간 떨어진 해안 도시다. 대부분 농·어촌 지역으로 전체 면적 8235㎢에 106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찔레곤시(인도네시아)=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한 포스코 직원들과 새집을 선물 받을 예정인 인도네시아 찔레곤 주민들. [사진 해비타트]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한 포스코 직원들과 새집을 선물 받을 예정인 인도네시아 찔레곤 주민들. [사진 해비타트]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한 포스코 직원들과 인도네시아 찔레곤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포스코 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이 학교를 찾아 교육봉사를 진행했다. [사진 해비타트]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한 포스코 직원들과 인도네시아 찔레곤 지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포스코 직원들은 지난달 29일 이 학교를 찾아 교육봉사를 진행했다. [사진 해비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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