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타이어 바꿀까, 더 탈까 … 깜빡, 교체 시기 놓치면 ‘빗길 사고’ 예약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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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른 성능 테스트 해보니
타이어 바닥을 이루는 다양한 문양을 트레드 패턴(tread pattern)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문양이 마모되면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 표준 마모 한계선은 1.6㎜로 정해져 있는데 이전에 교체해야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타이어는 마모율이 높을 때 조금 더 좋은 성능이 나온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 다른 마모율을 가진 타이어 3개를 준비해 제동성능 차이를 시험해 봤다. 시험에 쓰인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모델이며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을 비교했다.

신품 타이어는 약 8㎜ 이상의 홈을 갖고 있다. 절반가량 닳은 타이어, 교체가 임박한 타이어 등 3가지를 준비해 시험에 사용했다. 각각의 타이어 마모 정도는 <표>와 같다. 테스트는 동일한 노면에서 진행됐으며 마른 노면의 제동거리와 젖은 노면 제동거리를 각각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고정밀 계측장비의 최대 오차 범위는 ±3㎝ 수준이다.

일정 수준 마모된 타이어, 일반 노면서 제동 성능 좋으나 빗길 위험 배가

우선 마른 노면에서의 제동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시속 100㎞까지 속도를 높여 시험 코스에 진입했다. 그리고 최대한의 힘을 끌어내 차량을 정지시켰다. 시험은 수 차례 반복됐으며 최대최소값을 제외한 평균값을 기록했다. 테스트 결과 마모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성능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품 타이어가 가장 긴 제동거리를 보였으며 이후 중간 마모, 마모율이 높은 타이어가 가장 좋은 제동 거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신품 타이어의 성능이 더 좋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시험 결과는 달랐다. 사실 전 세계 타이어 제조사들도 일정 수준 마모된 타이어의 마른 노면 제동 성능이 더 좋다고 인정한다. 특정 타이어 제조사는 일부 고성능 자동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일정 부분 마모율을 높인 타이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숙성에서는 신품 타이어가 유리한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는 젖은 노면에서의 제동 시험이다. 일정한 수준으로 물 높이가 유지되는 연구시설에서 시험을 진행했다. 마른 노면 시험과 달리 시속 80㎞에서 최대 제동력을 끌어내는 방식을 썼다. 시험 결과 이번에도 마모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마른 노면 때와 달리 신품 타이어가 가장 좋은 성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마모율을 기록한 타이어와 신품 타이어의 제동거리 차이는 9m를 넘어섰으며 중간 마모된 타이어와 비교해도 신품이 약 7m 내외로 앞서는 성능을 이어나갔다. 자동차가 완전하게 멈추는데 걸리는 시간에서도 차이가 났다.

마모율 높으면 급제동 때 휘청거림 등 위험 요소 발생, 제때 교체해야

제동거리 차이도 컸지만 마모율이 높은 타이어는 자동차의 급제동 환경에서 휘청거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험 현장은 일정한 수준으로 물이 흘러가는 규격 시험 코스였지만 불규칙하게 물이 고일 수 있는 일반 도로 환경이라면 더 위험한 주행 상황을 만날 수 있다.

타이어 트레드 마모 정도는 젖은 노면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른 노면에서의 제동성능 차이는 최대 2m 내외였지만 젖은 노면에서는 속도를 20%가량 낮췄음에도 9m에 달하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제동거리 차이는 사고 발생 가능성은 물론 사고 때 차량 파손 정도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마른 노면 시험에서 신품 타이어의 제동성능이 조금 뒤쳐졌다 해서 타이어 교체를 미뤄서는 안 된다. 마른 노면에서의 제동거리 차이보다 속도를 낮춘 젖은 노면에서의 거리 차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물웅덩이를 지나치는 등 불규칙한 환경을 만났을 때 자동차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타이어의 교체 주기에 맞춰 교체하는 것이 좋다.

모든 자동차의 성능은 타이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자세제어장치를 포함한 각종 안전장비도 타이어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주기적인 타이어의 마모, 파손 여부를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오토뷰=김기태 PD kitaepd@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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