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신·구 스타들이 본 한국 스포츠의 오늘과 내일|여 하키 황금숙-장은정|88은 가능성 입증한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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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8년 한국여자하키는 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을 안았으나 아쉬움이 컸다.
서울올림픽 결승에서 호주와 대결(예선은 5-5), 은근히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체력이 달려 분패(2-0)하고 만 것. 그러나 일천한 연륜에도 불구하고 세계 강호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향상된 경기력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 인식을 새롭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서울올림픽은 여자하키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성공적인 무대였다.
『서울에서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한을 기필코 바르셀로나에서 실현하련다-.』 한국여자하키의 내일을 걸머질 젊은 낭자군이 토해내는 우렁찬 포효는 훈련장인 성남 공설운동장의 한기마저 녹여내기에 충분하다.
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및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결코 후회 없는 한판승부를 벌이는 게 당면 목표.
그 첫 번째 시험무대가 내년 9월의 챔피언스트로피컵대회(서독). 호주·한국 등 서울올림픽 상위 6강이 또 다시 격돌하게 될 이 대회는 차기 올림픽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여자하키는 지난달 세대교체(엔트리 16명 중 10명 교체)를 단행, 신인들로 대폭 물갈이하는 등 대표팀의 체질 강화 작업이 한창이다. 주전 평균연령도 종전 24세에서 21세로 낮췄다.
황금숙(25·한보)은 여자하키 제1세대의 주역. 은퇴와 함께 지난 4일 역시 국가대표(사이클) 출신의 노범식(26·통신공사)과 결혼, 제2의 인생을 설계중이다. 결혼 후에도 황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서울올림픽 때의 아쉬움을 못 잊는 듯 후배 등의 훈련장을 찾곤 한다.
『언니, 신혼살림 꾸리기에도 바쁠텐데 이렇게 찾아와 격려해줘서 고마워.』
반갑게 맞이하는 강은정(18·통신공사)과는 87년부터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도타운 정을 나눠온 선·후배 사이.
장은 1m68㎝·59㎏으로 다부진 체격의 필드 플레이어. 서울올림픽에선 주전 링커로 기용되는 등 제2세대의 기둥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교시절 육상 높이뛰기 선수로 활약한바 있는 장은 폭넓은 시야에다 지구력이 뛰어나다.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스피드가 뒤지는 것이 흠. 이 때문에 그동안 40일간의 합숙훈련(11월20일∼12월 말)에서는 물론 새해 1월9일부터 시작되는 동계훈련에서도 체력훈련과 함께 스피드 보완에 집중할 예정이다.
『어깨가 무겁겠다. 선배들이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염원을 잊지 말고 힘든 훈련에 정진해주길 바란다.』 선배 언니의 당부에 후배는 굳게 약속을 다짐한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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