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의 거센 반발로 화제가 된 영화 '다빈치 코드'가 18일 전국 450개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됐다. 기쁜소식교회 신자들이 서울 신사동 한 영화관 앞에서 영화의 허구성을 알리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서울 명동 CGV와 롯데시네마 등 주요 극장 앞은 아침 일찍부터 관객들로 붐비기 시작해 오전 10시 전후에 상영되는 첫 회의 영화표가 모두 팔려나갔다. 일부 극장에서는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 시간 상영분의 예매가 오전 10시 무렵 마감되기도 했다. 영화정보 인터넷 사이트 맥스무비에서는 이날 '다빈치 코드'의 예매율이 80%를 오르내렸다. 이 사이트를 통해 영화표를 예매한 관객 10명 중 8명이 '다빈치 코드'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다빈치 코드'를 홍보하는 영화사 '젊은기획'의 윤숙희 대표는 "평일 첫 회 상영분이 매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시사회 없이 바로 개봉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라면 개봉 첫 주에 1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미션 임파서블 3'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약간 우세했다. 국내에서만도 26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줄거리가 널리 알려져 있는 게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설의 중요한 요소였던 고대 신화학.종교학.기호학 등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석이 영화 속에서는 시간 제한 때문에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네티즌(ssoomin)은 "원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인지 기대를 잔뜩 하고 봤지만 허전함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lifein819)은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처음엔 기대했는데 갈수록 실망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면 "소설 2권 분량을 영화로 담으려면 당연히 삭제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원작의 중요한 부분은 잘 넣어 볼 만했다"(subin21a)거나 "100점짜리 영화는 아니지만 80점 정도는 줄 만하다"(moneyplayer)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원작 소설에 나온 대로 종교적 논란이 될 만한 내용도 자주 눈에 띄었다. 주인공 랭던 교수(톰 행크스)와 소피(오드리 토투)가 파리 교외에 있는 티빙 경(이언 맥켈런) 집으로 피신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티빙은 '필립 복음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고대 문서를 인용해 "예수가 신이라는 기독교의 교리는 조작됐다"며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그 후손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국내 최대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이날 서울.인천의 주요 극장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전단지를 배포하며 '영화 안 보기 운동'을 벌였다. 한기총은 '다빈치 코드 상영 반대' 홈페이지에 영화를 보지 않겠다고 서명한 사람이 1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