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 이슬람 테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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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에 테러 경보가 내려졌다. 다음달 10일(한국시간) 시작될 총 64게임 중 21개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팀의 경기도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됐다.

시사주간지 슈테른 최신호(18일자)는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의 대외비 문서를 단독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잡지는 "월드컵 기간 중 독일은 공식 선포만 하지 않은 비상사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 어느 나라 경기가 위험한가=대 테러전을 이끌며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 세력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팀 경기가 위험도 1위로 꼽혔다. 개최국인 독일 대표팀도 위협받고 있다. 이라크에 파병하지는 않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며 현지 경찰과 군인들의 훈련을 맡고 있어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이라크에 파병한 스페인.폴란드.호주 팀 경기도 잠재적인 테러 대상으로 분류됐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친서방이라는 이유로 지목됐다.

특히 다음달 10일 뮌헨에서 열리는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과 7월 10일 베를린에서의 결승전이 테러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경찰은 "철통 경비가 펼쳐질 경기장보다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야외 응원장이 테러 공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노조의 콘라트 프라이베르크 위원장은 "최대 위협은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아니라 독일에 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라며 "이들은 언제든지 단독 범행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는 이슬람 조직 회원과 지지자가 3만2000명에 이른다. 이와는 별도로 약 5만7000명의 외국인이 잠재적인 위험인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엔 파키스탄과 체첸 출신 이슬람 단체의 활동이 크게 늘어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 외국인 대상 극우파 폭력 가능성도=월드컵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독일 극우파들의 폭력 가능성도 있다. 최근 베를린과 인근 포츠담에서는 외국인을 겨냥한 폭행 사건이 잇따라 일어났다. 우베 카르스텐 하이에 전 독일 정부 대변인은 17일 "월드컵 기간 중 외국인이 가서는 안 될 위험지역(NO GO Area)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베를린 인근에서는 브란덴부르크 지역이 위험하며, 외국인을 도와줄 사람이나 단체가 없는 소도시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독일 정부는 안전한 월드컵을 위해 10만 명의 경찰과 1만5000명의 사설 경비요원, 7000명의 군병력을 동원한다. 12개 경기장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테러 방지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중 조기경보기도 투입하기로 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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