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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도 인맥 없으면 못 해 … 대학가 편의점 경쟁률 10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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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휴~”

‘최저임금 직격탄’ 청년 구직 현장 #명문대 나와도 취업 안 돼 임시직 #주5일 풀타임 괜찮은 알바 드물어 #주2~3일, 오전·오후 쪼개서 채용

14일 오전 7시. 김유정(26·가명)씨의 하루는 한숨으로 시작됐다. 전날 채용공고를 확인하다 잠이 들어서인지, 면접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악몽을 꿨다. 잠들기 전에 “나는 할 수 있다”를 마음속으로 열 번 외친 것도 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람 소리에 잠이 깬 김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새로운 채용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뒤엔 아르바이트 채용 앱으로 들어간다.

올해 2월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김씨는 현재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리서치회사에서 데이터를 정리하는 사무보조일을 하고 있다. 3주 동안만 일하는 단기업무라, 다음 주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김씨는 주5일 종일 근무하는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 취업준비에 필요한 용돈을 마련하고, 스펙이 될 만한 사회경험도 쌓고 싶어서다.

한 20대 구직자가 14일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다(사진 설명). [임현동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 20대 구직자가 14일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있다(사진 설명). [임현동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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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일자리를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월·수·금, 화·목 등 주 2~3일 일할 사람을 뽑거나 오전·오후로 시간을 쪼개 사람을 채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업 취업이 꿈인 그는 아르바이트하는 틈틈이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바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주5일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현실을 생각하면 취업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줄어든다. 김씨는 “2014년부터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 교육기업, 신문사 등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했는데, 올해처럼 주5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며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취업이 잘 될 거란 희망을 갖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씨처럼 고용 한파에 내몰린 청년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매년 8월 기준)이다. 여기에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추가로 더 일하길 원하는 사람과 앞으로 고용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잠재구직자+잠재취업가능자)까지 포함한 청년층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3%에 달한다. 청년층 4명 중 한 명은 넓은 의미의 실업자라는 얘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과거 흔했던 식당·독서실 등에서 일하기조차 어렵게 되면서 “인맥이 없으면 알바도 못 구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대학 휴학생인 박성찬(23)씨는“군 전역 후 1년 넘게 일하던 호프집이 문 닫은 뒤로는 제대로 된 알바를 잡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대학교 인근의 편의점에서 알바생 1명을 뽑는 데 10명이 지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방학 전후로는 평소 알바를 하지 않던 학생들까지 몰리는 탓에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부터 청년 고용 대책을 내놨지만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일자리를 못 구하는 기간이 길수록 기대는 절망으로 바뀐다.

취업준비생 김효진(27)씨는 “최근 10년 동안 신문이나 TV에서 고용시장 상황이 나아졌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만 들린다. 사회생활에 발을 담그기도 전에 절망을 안고 시작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털어놨다.

지난 5일 고려대 취업박람회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씨는 “취업 안내 코너가 많아도 문과 쪽은 기회가 너무 적다”라며 “고용 쇼크를 절감하고 있지만 이제는 단순 쇼크가 아니라 만성적인 늪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 취업난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대학생과 취준생이 아르바이트마저 구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며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민희·김정연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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