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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로드]라면은 양은냄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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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을 먹는 모습이 담긴 1970년대 초에 방영된 라면 광고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을 먹는 모습이 담긴 1970년대 초에 방영된 라면 광고

'라면은 양은냄비.'
라면은 양은냄비에 끓이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인식은 통설에 불과할까, 아니면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라면 업계나 매니아, 전문가를 대상으로 이 궁금증을 풀 단서들을 찾아봤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불·시간이다. 알맞은 양의 물을 넣고 얼마나 익히느냐가 맛을 결정한다. 또 면발이 퍼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강한 불로 익힌 뒤, 빨리 식혀야, 면이 불지 않고 꼬들꼬들한 맛있는 라면을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짧은 시간에 끓이는 데는 여러 재질의 냄비 중 열전도율이 높은 양은냄비가 첫 손에 꼽힌다. 실제 양은냄비의 열전도율이 얼마나 빠른지를 실험해 봤다. 같은 양의 물을 넣고 끓는 시간을 재봤더니 양은냄비는 2분 17초 만에, 일반 냄비는 3분여 만에 끓었다. 이렇게 열전도율이 빠르다 보니 양은 냄비는 스테인리스가 일반화되기 전까지 예로부터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데 많이 이용됐다. 양은냄비에 끓이는 라면이 가장 맛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집에서 스테인리스 냄비에 끓인 라면보다 분식집의 양은냄비로 끓인 라면이 더 맛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양은냄비는 알루미늄에 니켈, 아연 등을 첨가한 합금제품이다. 은백색 비슷한 색을 띄기 때문에 서양(西洋)의 은(銀)이란 의미로 양은(洋銀)으로 불리게 됐다. 같은 이유로 양백(洋白)이라고도 한다. 양은냄비는 열전도율이 빠른 건 장점이지만, 재질이 순도 99.7% 알루미늄이다 보니 중금속이니 독성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의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중풍에 걸린 사람들의 모발 검사에서 수은이나 비소,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검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양은냄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며, 1997년 세계보건기구 (WHO)는 작업장으로부터 알루미늄에 피폭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알루미늄이 유해하다는 증거나 알루미늄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은냄비를 이용할 때 몇 가지만 주의하면 맛있는 라면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조리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금속 젓가락이나 기구 사용을 피해 긁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김치나 식초처럼 산이 강한 식품을 직접 넣으면 알루미늄을 녹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검게 변색하거나 흠집이 생겼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마지막  한가지, 양은냄비는 전자레인지와는 상극이다. 알루미늄 같은 금속제품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통과하지 못할뿐더러 스파크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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