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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로드]100도에 찌고, 150도에 튀기고…라면 면발은 두번 익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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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의 경북 구미공장의 밀가루를 보관하는 사일로(밀폐 탱크). [사진 농심]

농심의 경북 구미공장의 밀가루를 보관하는 사일로(밀폐 탱크). [사진 농심]

밀가루서 라면 한봉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 거칠까

라면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농심의 경북 구미공장을 찾았습니다. 공장에선 신라면(봉지면)의 제조공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라면 공정은 주원료인 밀가루(소맥분)를 사일로(밀폐 탱크)에 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다음은 혼합 단계로, 사일로에서 빼낸 소맥분에 배합수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선 반죽은 롤러에 의해 얇은 판으로 펴진 뒤 선 형태의 면발 가닥 100개로 갈라집니다.

라면 면발이 국수처럼 직선일 수 없습니다. 꼬불꼬불한 게 정상입니다. 면을 뽑아내는 제면기의 진행 속도보다 면을 받아내는 수송기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방법으로 면발을 꼬불꼬불하게 합니다. 이제 제법 라면다운 모습입니다.

그럼 왜 라면 면발을 꼬불꼬불하게 할까요. 안내를 맡은 공장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선 한정된 크기의 포장재 안에 최대한 많은 양의 면발을 담기 위해서입니다. 또 면이 부서지는 걸 최소화할 목적도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면이 꼬불꼬불하면 조리할 때 국물이 잘 스며들고 빨리 익는 장점도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면발 가닥 100개는 섭씨 100도 이상의 스팀기를 지나며 익혀지고, 개별 포장에 맞게 40㎝씩 길이로 끊깁니다. 결국 라면 1봉지에는 40㎝ 길이의 면 100가닥이 들어갑니다. 한 줄로 이으면 40m, 이는 아파트 약 13개층(한 층 3m)의 높이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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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은 이어 섭씨 150도의 팜유(종려 열매에서 짜낸 기름)로 튀겨집니다. 냉각기를 지나며 식으면 비로소 우리가 라면 봉지를 뜯어 만졌을 때의 그 딱딱한 면발이 됩니다. 100도 스팀으로 찌고, 150도 기름에 튀기는 과정을 거쳐 면발이 완성되는 거죠.

이 면발을 그대로 포장하기에는 이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엑스레이(X-ray) 검색기를 통과해야 합니다. 기자가 실험 삼아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오는 1봉지 분량의 면발에 100원짜리를 얹었더니, 엑스레이 검색기를 통과하는 순간 면발이 통째로 검색기 바로 옆의 수거함으로 튕겼습니다.

위생적인 면발로 합격 판정을 받으면 비로소 따로 만들어진 수프와 함께 빨간 봉지 안으로 포장됩니다. 다음엔 봉지라면을 박스 등으로 2차 포장하고 물류창고로 옮깁니다.

갓 생산한 라면 1봉지를 뜯고 바로 조리해 먹어 보았습니다.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면발이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보다 더 고소하고 쫄깃쫄깃했습니다. 면발이 좀처럼 불지 않는 특징도 있었습니다. 라면도 '신선해야 맛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할까요.

한편 1991년 처음 문을 열고 1999년 현재의 신공장으로 탈바꿈한 농심 구미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라면 공장중 하나로 꼽힙니다. 생산에서부터 물류까지 전 과정에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게 특징입니다. 또 고속생산 라인을 갖췄는데, 한 라인당 1분에 신라면 600봉지를 생산합니다. 이 공장에서 국내 신라면 생산의 70%가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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