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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맛] 술 골라, 안주 골라, 술잔도 골라 골라 골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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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 종업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주류 제조회사가 아닌 이상 주당 사장님도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일 게 틀림없다. 그런데 최고의 서비스업소인 특급호텔 직원들이 술 마시는 동호회를 만들어 6년째 운영중이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술사랑 동호회’가 바로 그것. 일주일에 두서너 번 끼리끼리 뭉쳐 술을 마시러 돌아다닌다. 직업의 특성상 술을 취급하는 바텐더들이 끼어 있긴 하지만 일반 사무직원도 상당수 가세해 있다. 모임을 구성할 때의 명분은 술과 음료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습득. 그래도 초창기 ‘윗 분들’의 눈총은 무척 따가웠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술 취한 동호회’의 걱정은 ‘술 맛 아는 동호회’의 따뜻한 눈빛으로 달라졌다고.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술 마시는 모임이라고 해서 회원 모두 주량이 센 주당들은 아니다. 오히려 이 모임에 들어와서 주량이 줄어 버렸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하는 회원도 있다. 한 회원은 양주 1병을 혼자 거뜬히 마셨는데, 이제는 반도 못 마시는 정도로 주량이 줄었다. 취하게 마시는 모임이 아니라 즐기며 마시는 모임이 됐기 때문.

"6년 전에는 주로 칵테일을 마셨죠. 칵테일을 공부한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당시엔 칵테일이 인기가 있었거든요." 모임을 이끌고 있는 동호회 김정례 회장의 말이다. 그 후 1년가량 지나자 회원들의 관심은 포도주로 넘어갔고, 한동안 모임 술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포도주가 차지했다. 음주 문화의 유행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요즘은 회원들이랑 사케바를 찾습니다. 일반인들은 생소할지 몰라도 사케(酒), 즉 일본 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사케도 포도주처럼 생산 지역.사람.원료에 따라 맛이 가지각색. 한마디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새로운 사케에 대한 향과 맛을 이야기하다 보면 2~3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값도 전반적으로 비싼 편. 당연히 취하도록 마시기보다 기분이 좋을 정도만 마실 수밖에 없는 점도 매력이란다. 다음은 김 회장과 웨스틴조선호텔의 술사랑 동호회가 추천한 서울 시내에 가볼 만한 사케바다.

국내에 있는 사케는 다 있다

춘산(春山.02-732-1356)

청진동 농협 뒤에 위치. 가장 화려한 사케 리스트(60여 가지)를 갖추고 있는 곳이다. 구보다(久保田)부터 핫카이산(八海山) 등 국내에 흔히 알려진 사케는 대부분 보유. 3층 건물에 1층은 꼬치구이 주방이 있고 그 앞에 바가 있어 혼자서 한잔하기도 무난하다. 내부 인테리어를 나무로 장식해 자연미가 풍부하다. 젓가락이나 젓가락 받침, 술잔 모두 모양새가 다르고 예쁜 것이 많아 여성 손님이 많다. 안주류는 양상추에 숨겨진 두부 샐러드(8000원)가 인기. 일인당 3만원 정도 예산하면 기분 좋게 한잔할 수 있다. 오후 6에 문을 열어 오전 1시30분에 닫고 일요일은 쉰다.

도산공원이 앞마당

오가노주방(02-514-0058)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앞 건물 2층에 자리한 사케바. 창밖에 펼쳐진 도산공원의 풍광을 즐기기 위해 찾는 손님 때문에 야간 영업뿐 아니라 점심에도 문을 연다. 일본 청주 40여 종, 소주 10여 종을 구비하고 있다. 주특기 안주는 오뎅. 명란.가지 데친 것.닭고기를 양배추로 싼 것 등 시중에서 전혀 맛보기 어려운 오뎅이 꽤 많다. 값은 오뎅 하나에 3000~5000원. 어떤 오뎅을 고르더라도 6개에 1만8000원을 받는 오뎅 세트가 실속 안주다. 샤브샤브 스타일로 차돌박이.닭살코기.오뎅에 국수까지 먹을 수 있는 모듬 오뎅 스키야키(2만5000원)가 인기메뉴. 일요일 휴무.

최고의 안주 알아서 척척

기테야(02-795-2868)

사케바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곳. 꼬치구이 등으로 짜여진 메뉴판은 있지만 청주나 소주만 고른 뒤 "안주는 알아서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게 이 집을 제대로 즐기는 법. 뉴욕과 도쿄에서 다양한 요리를 두루 섭렵한 여주인의 솜씨가 식탁에 오르기 때문이다. 곱게 채를 썬 오징어 위에 갈아놓은 마를 얹은 오징어 마 국수, 광어를 회 뜨고 살이 붙은 뼈와 함께 튀김으로 만들어낸 광어회 튀김 등 눈과 입이 황홀한 안주가 줄줄이 이어진다. 1인분에 3만원과 4만원 두 종류. 일요일은 쉼.

TIP

사케? 사케바?

원래 사케(酒)는 술을 총칭하는 일본어.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술 중에서도 특히 쌀로 빚은 청주를 사케라고 말하는데 이는 일본 사람들이 술이라고 하면 의례 청주를 마셔 왔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서 생산되는 청주의 브랜드는 1000개를 훌쩍 넘는다. 가격도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 이래저래 포도주와 닮은 점이 상당히 많다. 그러다 보니 와인바처럼 사케바도 등장한 것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자카야'라고 말하는 기존의 일본식 주점과 닮았다. 그러나 이자카야는 일본식 안주가 주인공인 반면 사케바는 다양한 청주가 얼굴 마담이다.

대표적인 안주는 꼬치구이. 닭고기.통마늘.대파.은행.돼지고기 등을 숯불에 구어 따로따로 팔기도 하고 모듬 메뉴로 내놓기도 한다. 일본식 주점에서 빠지지 않는 생선회.오뎅.두부요리.샐러드.생선구이 등도 있다. 기본 밑반찬이 거의 없는 게 특징. 대신 싼 안주 메뉴는 몇천원짜리부터 있어 원하는 음식을 필요한 만큼 시켜 먹을 수 있다.

술과 안주와 함께 술잔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음식점이나 술집의 기본 공식인 '같은 술=같은 잔'이란 공식이 없다. 다양한 잔을 준비해 놓고 원하는 잔을 고르는 점이 독특하다.

청주? 일본식 소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종'이 바로 청주다. 이는 일제시대에 마사무네(正宗)상표의 청주가 많이 알려지면서 잘못 불리고 있는 것이다. 청주는 쌀로 빚는다. 그런데 밥을 지어 먹는 쌀은 아니다. 쌀알이 무척 큰 양조용 쌀이다. 알코올 도수는 15~19도. 쌀의 전분과 아미노산이 분해하면서 만들어진 단맛과 감칠맛 등으로 맛을 표현하는데 아마구치는 단맛, 가라구치는 매운(톡 쏘는)맛을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청주를 보통 차게 해서 먹는데 이를 '레이슈(冷酒)'라 하고, 따끈하게 데워 마시는 것을 '아쓰칸'이라고 한다. 차게 마시는 청주는 대부분 값이 비싼 반면 데워 마시는 청주는 싼 것이다. 아쓰칸은 조그만 도자기 용기에 담겨 나오고, '오초코' 라는 작은 잔에 따라 마신다. 차가운 레이슈는 맥주잔보다 작은 잔에 따라 주는데 어떤 술집에선 같은 용량의 나무 되에 주기도 한다. 이를 '마쓰자케(松酒)'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은 희석식인 데 비해 일본의 소주는 증류식이다. 알코올 도수는 25도 내외. 원료에 따라 보리 소주와 고구마 소주로 크게 나뉜다. 보리 소주는 향이 약해 희석식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맞는 편. 대부분의 일본인은 소주를 그대로 마시지 않는다. 찬물이나 더운물에 타서 마시거나, 아니면 얼음을 넣어 마신다. 찬물에 타서 마시는 것을 '미즈와리', 따뜻한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것을 '오유와리',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을 '로크(rock)'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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