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아프리카에 "평화의 동남풍"|나미비아 독립협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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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아공화국·쿠바·앙골라 3국은 22일 최종적으로 평화협정에 조인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중동에 이어 20년 넘게 끌어온 세계적인 분쟁이 또 하나 해결되었다.
뉴욕에서 조인된 이 협정은 지난 13일 콩고의 수도 브라자빌에서 체결된 「브라자빌 의정서」를 형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앙골라주둔 쿠바군의 단계적 철수 ▲지난 78년 유엔안보리 결의안435에 따른 나미비아(일명 서남아프리카)독립절차 이행을 주요 골자로 하고있다.
이 협정에 따라 73년간 남아공의 지배를 받아왔던 나미비아는 독립정부 구성을 위해 내년 4월 1일부터 1년간 과도기를 두고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유엔감시하의 자유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또한 지난 75년부터 앙골라에 주둔해온 약 5만 명의 쿠바 군이 오는 91년 7월까지 철수하게 된다.
세계분쟁 지역 가운데 가장 복잡한 이해대립의 각축장으로 비춰지던 서남아프리카 지역은 이번 협정의 영향으로 크고 작은 각종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아공·앙골라·쿠바간의 13년간에 걸친 전쟁이 끝날 것이고 나미비아독립을 추구해온 서남아프리카 인민기구(SWAPO)와 남아공간의 13년간에 걸친 전쟁도 끝나게 될 전망이다.
이번 협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75년 앙골라독립 후 소련·쿠바의 지원을 받아 정권을 장악한 앙골라해방인민운동(MPLA)과 이에 대항해 미국·남아공의 지원을 받는 앙골라전면독립민족동맹(UNITA)과의 내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은 기본적으로 「남아공주도의 지역안정」을 추구해온 남아공의 기본전략이 중재역할을 맡은 미국의 외교노력에 힘입어 성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나미비아는 사회주의 성격을 띠고 있는 흑인해방세력의 남하를 방지하려는 미국과 백인소수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완충지대를 필요로 하는 남아공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원래 앙골라내전은 지난 75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앙골라가 독립하자마자 소련이 패권주의 정책에 따라 친 공산계열의 MPLA를 지원, 「앙골라인민공화국」을 수립했고 이에 미국·남아공의 지원을 받는 UNITA가 대항하면서 강대국의 대리전쟁 화했다.
소련은 신 데탕트를 추구하는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지역분쟁을 정리함으로써 경제적·군사적 부담을 줄이고 싶었고 이에 따라 쿠바·앙골라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도록 하는 압력을 넣었다.
이번 협정으로 이 지역분쟁해결에 주요한 형식은 갖추어졌지만 아직 불확실한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앙골라 「사회주의」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은 소련이 앙골라정부 지원을 중지하지 않는 한 UNITA반군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강대국의 입김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또한 남아공정부도 상권과 무역 로를 장악 당한 나미비아에 실질적인 독립을 허용할 것인지 의문이다.

<나미비아>
나미비아는 남아공과 앙골라사이에 위치한 인구 1백20만 명의 대서양연안국가. 면적은 82.4만 평방ha로 연·카드듐·우라늄 등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1884년 독일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15년 남아공의 지배에 들어가 지금에 이르고 있다. 나미비아 최대부족인 오밤보족이 인구의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민족을 중심으로 SWAPO를 조직, 대 남아공독립투쟁을 전개해왔다. <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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