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사는 동네에 알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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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상정보 공개 확대=청소년위는 17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위는 개정안을 올가을 정기국회에 넘기고, 통과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역 주민은 관할 경찰서에서 자신의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공개되는 정보는 성범죄자의 주소지와 사진 등이다. 대상은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자 ▶성매수자다. 신상정보는 형이 종료된 뒤 10년 동안 남는다. 성범죄자가 이사를 할 경우 신상정보는 주소지로 따라다닌다.

현재는 피해자.보호자.청소년교육기관의 장만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볼 수 있다.

개정안은 또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친고제를 폐지하고, 공소시효도 피해자의 나이가 만 24세가 될 때까지 정지하도록 했다. 강간죄의 피해 대상에는 남자 아동.청소년을 포함했다.

◆ 실효성 논란=여성 단체와 아동.청소년 단체는 개정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아동성폭력 전담기관인 해바라기 아동센터 최경숙 소장은 "현행 신상 공개 제도는 성범죄자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어 유명무실했다"며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보다 잠재적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64.3%는 강간 전과가 있으며, 이 중 36.5%는 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뒤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가톨릭대 박선영(법학) 교수는 "재판에서 양형기준과 신상공개 심의 기준이 동일해 일사부재리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교수는 또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 구성을 미국의 배심제도를 참조해 연령·직업 등을 다양히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성균관대 박광민(법학) 교수는 "각종 특별 형법이 쏟아지면서 가중처벌이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 차원에서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과도한 신상정보 공개가 성범죄자의 사회 적응을 막고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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