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부터 하려 하는지 …" "경쟁력 생기고 수출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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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상(FTA)만 체결되면 미국의 대한(對韓) 투자가 늘고 산업이 고도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만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한림대 최태욱 교수)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경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한국개발연구원 이시욱 연구위원)

다음달 초 한.미 FTA 1차 본협상을 앞두고 17일 무역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와 한국경제' 세미나에서 열띤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회에서는 중간재 산업이 취약한 제조업과 자생력이 미흡한 중소기업 등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통해 개방형.선진형 통상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장 개방 속도에 비해 국내 제도 개혁이 미진할 경우 한.미 FTA에 따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순서와 속도 놓고 격론=최태욱 교수는 "덜 위험한 나라부터 FTA를 추진할 수 있는데 왜 하필 세계 최강인 미국과 먼저 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제민 교수(경제학부)도 "중국.인도.베트남의 개방이 경제성장의 동기가 된 것을 한국의 모델처럼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현 정부가) 정치적으로 얽힌 (미국과의) 문제를 경제문제로 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내년 3월을 넘기면 (협상이) 어려워진다며 이런저런 방침을 정해놓고 민간에게 따라오게 하는 탑다운(Top-down)방식으로 하지 말고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바텀업(Bottom-up)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그러나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FTA가 되면 국내 산업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특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비스 및 농업부문 대책 시급=금융부문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한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연구위원은 "향후 협상에서 국경 간 금융서비스 거래(타국에 지점 설치 없이 온라인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규제나 감독을 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이런 서비스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방에 앞서 충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한두봉 교수는 국내 농업 여건을 볼 때 경쟁력이 취약하고 농가의 소득 작목인 쌀.감귤 등 민감품목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장기간 관세철폐 유예를 인정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FTA가 성사되면 미국은 고등교육 분야, 원격교육 분야, 영리목적의 단기 교육과정의 한국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이라며 "교육 영리법인의 설립 허용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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