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산 80%가 부동산 … '편식' 지나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이 부동산에 너무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매매가 끊길 경우 타격을 받는 가계가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앙일보-이화여대 파이낸셜플래닝센터(센터장 여윤경 경영대 교수)는 개원 1주년을 기념해 상담자(114명)의 자산 구성을 분석한 결과 상담자의 평균자산은 13억1000만원이었으며 이 중 80%인 10억5000만원이 부동산이었다. 이어 현금(1억6000만원), 주식.펀드(8000만원), 보험(2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또한 상담자들은 최우선 관심사로 부동산(50%)을 꼽았으며 이어 현금(15.8%), 보험(13.2%), 투자(주식 등 5.3%) 등을 꼽았다.

여윤경 교수는 "상담자들이 부동산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며 "부동산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상담자는 전체 자산의 95%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할 정도로 부동산을 선호했다.

정모(50)씨는 자산이 24억원이지만 이 중 23억원이 빌라와 오피스텔 등 부동산이다. 정씨는 1억원가량만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50)씨는 총자산의 97%가 아파트.주택.상가 등 부동산이다. 이씨는 주식.채권 등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고 보험에 2건만 가입했다.

부동산을 매각하려 해도 팔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에 사는 김모(40)씨는 현재 살고 있는 집 외에 아파트 분양권을 두 개나 갖고 있었다. 김씨는 총자산 7억원 중 6억원가량이 부동산이다. 김씨는 분양가 이하로 분양권을 내놓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여 교수는 "10명 중 2명은 부동산을 팔려는데 팔리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일부 상담자는 자산규모는 수십억원이지만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 실제 생활은 매우 쪼들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기영 미래에셋증권 아시아선수촌지점장은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너무 높으면 노후생활이 꼬일 수 있다"며 "40~50대에 도달하면 금융자산 비중을 30~50%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이 과도하게 많은 상담자도 적지 않았다. 직업이 없는 한모(55)씨는 전체 자산의 30%가량이 보험이었다. 한씨 부부가 가입한 보험 수만 11개에 달했다.

여 교수는 "상담자 10명 중 2명은 필요 이상 보험에 들고 있었다"며 "월납입 보험료는 월수입의 8%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요즘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담자 중 상당수가 의외로 펀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투자규모도 많지 않았다. 실제 상담자의 자산 중 주식.펀드의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자문단의 관계자는 "50대 이상 고령층일수록 펀드에 문외한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이화여대 파이낸셜플래닝센터는=중앙일보 지면으로만 하던 재산 리모델링 상담을 전문가와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확대키 위해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생활환경대학 4층에 열었다. 미래에셋.삼성생명.하나은행의 후원을 받아 산.학.언(産學言) 협력사업으로 만든 이 센터는 상담 신청자가 은행.증권.보험.부동산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두 차례 직접 만나 재무 목표와 현재의 재무상태, 현금흐름을 함께 진단하고 구체적인 처방을 받게 된다.

상담료는 받지 않지만 소외계층의 어린이를 지원하는 '위 스타트 운동'에 10만원의 후원금(계좌 외환은행 068-22-01286-6, 예금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을 기부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는다. 02-3277-4497.

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