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새마을」로 시작된 "5공 비리"|친·인척 관련 일파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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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엔 「5공 청산작업」「88올림픽」등 유난히 큰 일들이 많았던 한해였다. 사건현장과 주역들의 그후를 추적해본다. <편집자주>
6공 출범과 함께 시작된 5공 청산작업은 3월 중순 검찰의 새마을운동본부 비리·부정수사가 신호탄이었다.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이었던 전두환 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46)와 두 동서 등 12명이 구속된 새마을 사건은 전씨가 돌연 일본으로 출국함으로써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수사를 재촉한 셈이었다.
당시까지 성역으로만 여겨지던 「새마을 본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온갖 이권에 개입해 온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서리를 맞았다.
큰형 전기환씨(59)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인수사건과 관련, 구속 된 것을 비롯해 처남 이창석씨(37), 동서 홍순두씨(47), 사촌형 전순환씨(66), 사촌동생 전우환씨(55), 생질 김영도씨(53)등이 줄을 이어 쇠고랑을 찬 것.
이들의 구속은 결국 비난의 화살이 전 전 대통령 내외로 쏠리게 했고 전 전 대통령의 사과 성명∼백담사 은둔을 유발하는 요인중의 하나가 됐다.
새마을사건 관련 구속자 중 전경환씨의 동서 김승웅씨 (48) 등 6명은 지난 9월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석방됐고 나머지 6명은 복역 중으로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징역15년 구형에 1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32억원·추징금 9억8천9백61만9천6백원을 선고받은 전경환씨는 가납명령된 벌금·추징금을 내지 못해 지난달 서울 팔판동 자택(싯가 2억원)을 압류 당했다.
전씨는 서울구치소의 독방에서 소설류 등을 읽으면서 소일하고 있고 사식을 거절한 채 관식을 고집하지만 건강은 양호한 상태. 거의 빠짐없이 면회하는 부인을 통해 바깔 소식을 듣고 있으며 가끔 운동부족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형님」의 은둔 소식을 듣고 무척 우울해하기도 했다는 것..
전씨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새마을운동중앙본부는 탈바꿈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1실6부7국32과의 방만하던 본부조직은 1실3부13과로 축소됐고 영종도연수원이 폐지됐으며 1천4백48명의 직원은 9백72명으로 4백76명이나 감축됐다.
내년부터는 명칭도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로 바꾸기로 했으며 서울 화곡5동의 본부건물 8개 동과 부지 3만여 평을 처분, 성남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전기환씨가 구속된 노량진수산시장 사건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이학봉 수석(현 민정당 의원) 과 손진곤 비서관(고법부장 판사)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직권남용 부분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져 여론의 호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손 부장판사는 결국 12월2일 법복을 벗었다.
26억원 횡령, 12억원 탈세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다른 경제사범과 함께 수감돼 소설책을 읽으며 지내고 있다. 관식을 먹으면서도 식욕은 왕성한 편이지만 허리 디스크증세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씨의 총재산은 50여억 원으로 아버지 이규동씨(77)로부터 상속받은 화성의 평화농장 26만평과 서울 신반포 60평짜리 아파트·창원총업 자산 등은 이미 국세청에 의해 압류절차가 끝난 상태다.
1년 내내 사회전체를 뒤흔든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비리 수사는 국민들에게 허탈·충격과 함께 고위층 주변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교훈을 남겼다.<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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