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조급히 서두르면 더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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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말은 일년 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되는 때다. 연말결산 등 마무리 해야할 일이 많은데다 각종 모임과 접대 등 과로와 과음이 겹치기 때문.
더구나 입시와 취직 등이 있고 해를 넘긴다는 세월에 대한 두려움과 아쉬움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게 돼 연말은 건강관리에 특히 유의해야하는 시기라고 하겠다.
국립의료원 신경정신과 김현우 박사는 우리 나라가 고도성장 사회로 진입하는 시기에 있어 상대적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자살 등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한다.
김 박사는 스트레스에 대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정신적·신체적 자극」이라고 정의하고 그러나 스트레스가 전혀 없어도 온실 속의 꽃처럼 적응력이 약해진다고 설명한다.
우리 몸을 활성화시키고 적응능력을 길러주는 이러한 「정상 스트레스」는 물론 필요하지만 이와 반대의 자극, 즉 「이상 스트레스」는 적절히 해소시키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생기게 된다.
김 박사는 스트레스에 의한 질환 중 대표적인 것으로 신경증(노이로제)을 들고 이밖에 긴장성두통·편두통·고혈압·당뇨병·소화성궤양·과민성위장장애(소화불량)·불면증·천식성 기능장애 등이 스트레스와 직·간접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스트레스는 받아들이는 당사자의 수용태도나 성격에 따라 그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상관에게 질책을 받았을 때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자기발전이나 상관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지만 속으로 계속 불만을 갖는 사람은 이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하게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스트레스는 성격적인 문제와 관계가 깊은 것이다. 지나치게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며 너무 야심이 많은 성격의 경우 같은 자극에도 보다 예민하게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김 박사는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삶의 과정에서 부닥치게 되는 사소한 문제들까지도 늘 예민하게 반응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감정도 메말라 근육의 긴장과 자율신경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것이 생리적 균형을 깸으로써 각종 질환의 씨앗이 된다고 풀이한다.
위산의 분비가 많아져 소화성 궤양을 초래할 수 있고 T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려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진다. ·
한림의대 신경정신과 석재호 교수는 경쟁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조직 속에서 살아 가야하는 현대인이 이상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남과 지나친 경쟁을 하기보다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여유를 가지고 태연한 자세로 생활하도록 힘쓰라고 권한다.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났을 경우에는 무조건 삼키지만 말고 어떤 형태로든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 박사는 과다한 술과 흡연, 과로가 따르는 망년회 등은 여유를 두고 스케줄을 잡고 지나치게 호사스런 망년회 등 내키지 않는 모임에는 거짓말을 둘러대서라도 빠지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다고 역설한다.
적당한 휴식과 자신에게 맞는 여가 선용법을 터득,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밖에 운동, 기지개, 산책, 음악감상, 영화, 연극, 전시회 관람, 담소, 낙서, 쇼핑, 목욕, 심호흡, 명상 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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