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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메르스 병실 간 다음날…이낙연 "나도 안가겠다, 자제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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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시 간 메르스 대응 엇박자…3년 전 갈등 재연되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스1]

3년 만에 재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대응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조금 다른 내용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어났던 정부와 서울시 간에 갈등 양상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발단은 지난 9일 오후다. 서울시는 박원순 서울시장 주재 메르스 관련 간부 회의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다. 여기에 참석한 서울시 소속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확진 환자 A(61)씨가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조사관은 "A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병원을 2차례 방문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는 A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지난달 28일 병원을 한 차례 방문했다고 한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다른 내용이다.

이 조사관은 A씨가 공항에 마중 나온 부인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미리 권유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할 때 부인이 공항에 몰고 온 자가용을 타지 않고 따로 리무진 택시를 타고 간 사실도 공개했다. 또 A씨가 입국 당일 쿠웨이트 현지에서 수액을 맞았다고 진술했으며 이 때문에 인천공항 검역 당시 체온이 36.3도로 낮게 나온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다음날 오후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질본 측은 A씨가 부인에게 마스크를 권유한 것은 지인인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권고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가 리무진 택시를 탄 것도 단지 몸이 불편했으며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권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A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수액을 맞았다고 진술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진료 기록엔 그런 내용이 없으며, 실제 수액을 맞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체온 변화의 원인을 수액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했다.

질본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할 때 환자의 진술과 더불어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며 “A씨가 수액을 맞았다는 자료도 없고, 삼성서울병원 기록에도 관련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서울시와 보건당국이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A씨가 쿠웨이트 현지 병원을 2번 방문했다는 서울시 회의 내용은 질본도 맞다고 확인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을 방문한 뒤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을 방문한 뒤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보건당국과 서울시간의 '엇박자'는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 9일 박 시장은 A씨가 격리된 서울대병원 병실을 직접 방문했다. 반면 이낙연 국무총리는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 “관련 병원 등이 메르스 대처에 전념하시도록 협조해달라”며 “저도 현장방문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들은 문의를 자제하시고, 기자의 취재도 정해진 창구와 방식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 3년 전 담당의사, 이번 담당의사의 말씀”이라고 적었다.

9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긴급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질본의 기자 설명회에서도 이 총리 발언을 근거로 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질본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와 함께 역학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발표 시기의 문제이지 역학조사 업무 진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서울시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질본 측은 “서울시와 공동으로 A씨에 대한 면담조사를 진행해 질본도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다만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정부와 대립한다고 보이는 걸 경계했다. 서울시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날 “9일 회의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시장님이 생각을 정리하려고 소집한 실무회의”라며 “보건당국과 전혀 갈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본이 발표한 A씨 행적에 관한 내용도 사전에 전달받고 협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다. 메르스 관련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를 두고 엇박자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밤 늦게 긴급브리핑을 열고 "삼성서울병원의 35번째 환자가 격리되기 전 1500여명을 만났다"며 이 환자의 시간별 동선을 공개했다. 그러자 다음 날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정부의 조치가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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