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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통한 '단번 도약' 정책… 북, 소프트웨어에 투자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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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한의 북한 경제참관단 일행이 16일 평양3월26일전선공장에 들어서자 근로자들이 참관단을 바라보고 있다.평양= 김춘식 기자

제9차 평양봄철국제상품전람회 참관차 평양을 방문 중인 남한의 북한 경제참관단은 방문 이틀째인 16일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는 남한의 기업인과 경제인, 정부 관계자 등이 공장.기업소.농장 등 북한의 경제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북한 경제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남북 경협을 보다 활성화하려는 취지에서 중앙일보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참관단을 초청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은 "북측의 다양한 경제현장을 남측 인사에게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중앙일보만이 할 수 있는 큰 일을 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참관단 일원으로 참가한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참관단 일정은 전례가 없는 의미 있는 것으로 남북관계 발전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관단 72명은 이날 오전 평양시 평천구역에 위치한 평양 3월26일전선공장과 만경대 구역의 조선컴퓨터센터(KCC), 중구역의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북한 상업회의소가 주최한 투자설명회에 참석했다.

첫 방문지인 평양3월26일전선공장에서 참관단은 1시간여 동안 연선(延線)직장.케이블 직장.절연직장.전선분공직장 등의 생산 현장을 돌아봤다. 이 공장은 최근 해외동포로부터 2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설비 일부를 현대화했다.

공장을 둘러본 황은연 POSCO 열연판매실장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많이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북측의 생산설비가 현대화됐다"면서 "남측의 지원과 협력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활용한다면 더욱 좋은 제품이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대학습당 3층의 어학실에서는 지난해 6월 평양에 온 캐나다 원어민 여강사 루이스 언로가 북한 주민 20여 명을 대상으로 영어회화 강의를 진행했다. 수업 중 참관단을 맞은 강사와 학생들은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Welcome. Come in)"를 연발하며 참관단을 맞았다.

북한의 노두철 내각 부총리(왼쪽에서 둘째)가 외국인들과 함께 15일 평양 시내 3대 혁명전시관에서 막을 올린 제9차 평양 봄철 국제상품전람회를 둘러보고 있다.[평양 AP=연합뉴스]

○…참관단은 조선컴퓨터센터에서 북한 정보기술 수준을 확인했다. 북한은 최근 정보 기술을 통해 경제도약을 이루려는 '단번도약' 정책을 펴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자체 개발한 체질분석 프로그램 '금빛말'과 글자입력 프로그램 '고려펜 3.0'이 참관단의 눈길을 끌었다.

'금빛말' 프로그램 개발자인 박항성(26)씨는 참관단 일행을 상대로 여러 차례 시연을 하며 "사상(四象)의학을 바탕으로 제작한 '금빛말'은 개인의 체질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처방도 내준다"고 설명했다.

'고려펜 3.0' 프로그램은 전용펜을 이용해 한글.중국어.영어.일본어 등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문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중국.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 개발한 뇌혈관지표 측정기는 대당 2만 달러로 현재 남측에서도 판매 중이다.

참관단 단장인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컴퓨터센터에서 개발된 제품에서 우리 민족의 두뇌가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발전 잠재력이 있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 평양3월26일전선공장=전선 생산 공장으로 송.배전선 등 중전기기용 케이블에서 모터용 극세구리선까지 1만여 종의 각종 전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과거 평양전선으로 불렸으며 북한에서 소요되는 전선의 대부분은 여기서 생산된다.

◆ 조선컴퓨터센터(KCC)=평양 만경대구역에 있는 북한의 대표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기관. 1990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원으로 설립됐으며, 2002년부터 내각의 소프트웨어산업총국 소속 기업소로 운영되고 있다. 15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의 대부분이 김일성종합대학.김책공업종합대학.평성이과대학 등 북한 내 최고 과학교육기관 출신이다. 북한 당국의 특별지원을 받는 이 회사는 북한 정보산업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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