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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닷새째 폭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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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브라질 상파울루시 외곽에서 범죄 조직이 폭동을 일으킨 지 나흘째인 15일 소방관들이 불탄 버스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상파울루시에서 서쪽으로 850㎞ 떨어진 두라두스의 교도소에서 14일 수감자들이 교도관(앞줄 가운데)을 흉기로 위협하고 있는 모습. [상파울루 AFP.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상파울루시의 외곽 교도소에서 시작된 조직 폭력배의 폭동이 16일(현지시간) 새벽을 기해 사실상 종료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과 폭력배들의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돼 시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휩싸여 있다.

CNN 등 외신들은 현지 조직 폭력배인 '제1 도시군 사령부(PCC)'의 사주로 일어난 상파울루시 외곽 교도소 폭동 사태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PCC가 일반 시민도 무차별 공격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15일 상파울루 시내 거리에는 인적이 끊긴 상태다. AFP통신은 PCC 조직원의 관공서 공격이 12일부터 나흘 새 180건 이상 발생했다고 전했다.

◆ 교도소에선 진정 기미=상파울루 주 치안 당국 관계자는 "12일부터 73개 교도소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폭동이 대부분 협상을 통해 진정돼 현재는 두 곳의 교도소에서만 소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97명"이라고 15일 밝혔다. 그러나 AP통신은 교도소 관리들이 "폭동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실토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동은 수감 중인 PCC 조직원들을 시 외곽 교도소로 이송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PCC 조직원들은 시 외곽에서 버스 60여 대를 탈취해 불지르고, 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며 공격 수위를 높여 왔다.

◆ 시내로 폭동 번지나=일부 PCC 조직원은 경찰서.관공서 공격에 이어 15일 시내 상점가도 습격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학교.관공서.은행.상가들은 문을 닫았으며 대중교통 운행도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식료품을 사재기하려는 시민의 모습만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디우 렘보 상파울루 주지사는 "조만간 대중교통 운행이 전면 재개되고 각급 학교 수업도 정상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상파울루 학부모들은 PCC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자녀를 등교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분간 정상적인 수업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연방군 투입되나=현지 언론들은 폭동이 통제불능 상태가 될 경우 정부가 계엄령에 준하는 조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유사시 연방 군 병력을 투입하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스토스 법무부 장관도 "상파울루 주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연방정부가 보유한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렘보 상파울루 주지사는 "폭동 사태가 주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한국 교민에게 비상령 내려=상파울루시에 거주하고 있는 5만여 명의 한국 교민은 15일까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봉헤치로 지역에서 한인들은 상가 문을 닫은 상태다.

상파울루 총영사관도 16일 '최근 상파울루 치안 악화와 관련한 당부 말씀'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홈페이지에 띄우면서 교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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