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교출신자 교수채용 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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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대학들이 교수 채용에 있어 본교 출신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지나쳐 학문 수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재외국민교육원장 모영기 박사는 올해 취득한 박사학위논문 「미대학원 대학의 본교출신 교수채용제도에 관한 분석연구」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국내 대학의 학문발전을 위해서는 쿼타제 도입 등을 통해 타교출신 교수 채용비율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적극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전체교수 중 86년 현재 본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11.7%,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16.3%에 불과한 반면 서울대의 경우 학사 96.7%, 박사 41.1%, 연세대의 경우 학사 76.8%, 박사 40.4%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대학교수중 타교출신 박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대학박사들 중 미국의 10대 명문대 출신비율이 서울대 23.4%, 부산대 11.5%, 경북대 8.5%, 연세대 12.3%, 고려대 14.2%, 이대 11.6%에 불과해 평균 12%에 지나지 않아 우수인력 확보가 미흡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박사 중 명문대출신 박사비율이 낮은 것은 본교출신 우대정책에 주요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 박사는 본교출신 우대정책에 대해 ▲본교출신 교수는 타대학출신에 비해 학문 연구성취도가 뒤진다 ▲본교 출신자 채용비율이 높을수록 대학 발전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을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밝히고 그 이유로 개척정신이 부족하고 학문적 근친결혼으로 학생이 학문적 도전을 할 수 없으며 능력위주보다 정실위주로 교수채용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을 들었다.
모 박사는 또 논문에서 미 하버드대의 경우 미국 내에서의 지위가 현재 한국에서의 서울대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분석되는 1911년 본교출신 교수비율은 70%를 상회했으나 당시 「엘리어트」총장이 타교출신 우대정책을 쓴 결과 오늘날 하버드대외에도 스탠퍼드·MIT·버클리대 등 20여개의 대학이 세계최고수준을 자랑하는 「명문군」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지적, 이런 「명문군」의 형성은 학문세계의 선의의 경쟁을 강화시킴으로써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국내대학의 경우 대부분의 저명대학이 본교 출신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추세이고 그 결과 최근에는 교수지망생들이 모교에서 교편을 잡기 위해 명망 있는 국내외 타 대학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심화되고있다는 것이다.
모박사는 논문에서 『우수대학군을 형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지 출신자를 과감히 채용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국내 대학 중 서울대 등 주요대학에서는 설령 타대학출신자의 능력이 본교출신자보다 월등하지 않더라도 과감히 채용하는 수법을 보여야 하며, 지방대학이나 신설대학 등은 우수한 타교출신자 채용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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