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걷힐 것" "다시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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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파트값 버블(bubble) 논란의 배경은 특정 지역 집값의 고공비행이다. 청와대가 지목한 '버블 세븐'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 집값은 최근 몇 년 새 몇 배 올랐다. 특별한 이유 없이, 특정 지역 집값이 급등한다면 버블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5단지 45평형은 지난해 5월 초 9억50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6억원으로 1년 새 70% 가까이 치솟았다.

또 강남구 대치동 개포 우성 2차 31평형 매매가는 평균 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나 뛰었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19%)보다 각각 네 배 정도나 뛴 것이다.

◆ 추병직 장관 버블 붕괴론 왜 나왔나=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부동산 버블 문제를 들고 나오자, 부동산대책 주무장관으로서 맞장구를 친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보다 좀 더 톤을 높였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청와대의 의중을 읽고 적극적인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변두리나 지방의 집값 버블이 붕괴되고 있다는 추 장관의 주장에 대해선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버블 세븐'과 달리 이들 지역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그대로거나 떨어지기까지 해 상실감이 컸던 곳"이라며 "주민들도 어이없어 한다"고 말했다.

◆ "집값 꼭대기다"=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소득 수준이나 전셋값 등을 감안할 때 강남 아파트값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며 "이런 거품은 곧 걷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평당 6000만원대에 들어선 강남 주요 아파트값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일본 도쿄 주요 아파트 값(평당 약 5800만원)과 엇비슷하다.

버블론이 퍼지면서 3.30 대책 이후 시장을 관망하던 투자자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을 서서히 내놓고 있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매물은 15개 정도로 지난달 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강남 일대 중개업소에는 매수 문의가 3.30 대책 이전의 20~30% 정도로 줄었다.

◆ "상승 여지 있다"=반론도 만만찮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강남 아파트값은 앞으로 6개월~1년 정도 조정을 보인 뒤 다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현 세무사는 "하반기에 2주택자의 양도세 절세용 매물이 소화되면 내년엔 매물이 모자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올 초처럼 호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 대통령 선거 때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 강남 아파트값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미국 집값은 거품 붕괴 본격화? =거품 논란에 휩싸인 미국 집값은 2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16일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주택의 평균 가격은 21만7900달러로 지난해 4분기(22만5300달러)에 비해 3.3% 떨어졌다. 하락폭도 지난해 4분기의 1.01%에 비해 다소 커졌다.

업계에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이 부동산 경기 과열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AR의 데이비드 레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거품 논란을 빚었던 미국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는 것 같다"며 "주택 경기가 급랭하기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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