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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영업사원에 대리 수술시켜 뇌사에 빠트린 병원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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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사진 부산경찰청]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사진 부산경찰청]

의사가 의료기기 영업 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켜 결국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 관계자는 수술 동의서를 위조하고 진료기록을 조작하기도 했다.

부산영도경찰서,정형외과 원장 등 7명 검찰송치 #의료기기 영업사원 어깨 수술,수술 동의서 위조

부산 영도경찰서는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정형외과 원장 A씨(46)와 의료기기 판매 영업사원 B(36)씨, 이 병원 간호사 등 7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0일 부산 영도구 자신이 운영하는 정형외과에서 환자 C씨(44)의 어깨 부위 수술을 의료기 판매사원인 B(36)씨와 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대신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술 후 이 환자는 전신마취 회복과정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심정지에 의한 뇌사판정을 받았다.

사고가 나자 병원 원무부장은 환자에게 수술 전 동의서를 받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고 환자 서명을 위조해 동의서에 입력하고, 간호조무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기기 조작방법을 잘 아는 이 영업사원은 해당 의사를 상대로 계속 영업을 해야 해 대리수술 요구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기기 판매사원이 수술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의사가 사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의사가 사복을 입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경찰은 병원을 압수 수색해 수술실 외부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하고 이들의 범행을 입증했다. CCTV를 보면 피해자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10여 분 전쯤인 오후 5시 32분쯤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있다. 의사는 이후 수술 중간에 사복 차림으로 나타났다가 20분이 지나지 않아 수술실을 빠져나왔다.

경찰은 A씨가 외래 환자로 인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수술 중간에 들어갔다가 나와버리고, 수술 종료 후에는 호흡, 맥박, 체온, 산소포화도 등 환자의 회복 상황을 체크하지 않고 바로 퇴근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당직 간호사도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영업사원 B씨가 이전에도 해당 수술실에 9차례 출입한 영상을 확보해 대리수술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대리수술과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며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수술 제보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어 국민의 적극적인 제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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