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많은 태풍…태풍 ‘제비’ 한반도 비껴 일본 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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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제비의 영향을 받은 높은 파도가 고치현 아키의 항구를 덮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태풍 제비의 영향을 받은 높은 파도가 고치현 아키의 항구를 덮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제21호 태풍 '제비'가 4일 오후 일본 열도에 상륙하면서 최소 6명이 숨지고 160명 이상이 다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집중 호우가 쏟아지며 오사카 간사이 공항이 물에 잠겨 폐쇄됐고, 강한 바람에 벽이 날아가고, 트럭이 넘어지는 등 물적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일본 열도에 상륙한 태풍 제비는 빠른 속도로 일본 열도를 따라 북상하며 지역 곳곳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올해 들어 태풍이 유난히 자주 발생하는 이유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은 지난달 19호 태풍 '솔릭'과 20호 태풍 '시마론'을 비롯해 12~16일 사이 5일 연속 태풍이 생겨났다. 이는 일본 기상청 관측 이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8월 한달 기준으로 9개의 태풍이 발생하는 등 1994년 이후 한 달 기준 가장 많은 태풍 발생 기록을 남겼다.

간사이 공항 침수. 태풍 제비영향 [NHK 캡처]

간사이 공항 침수. 태풍 제비영향 [NHK 캡처]

전문가들은 올 들어 일본에 태풍이 많이 생기는 이유로 태풍 발생 권역인 필리핀 동쪽 앞바다와 마셜제도 부근 수온이 높아진 점을 꼽는다.

아울러 인도양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이 예년보다 강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계절풍이 태평양 고기압 부근 동풍에 접근하며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용돌이가 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21호 태풍 제비 이동 경로. [사진 일본 웨더뉴스 화면캡처]

21호 태풍 제비 이동 경로. [사진 일본 웨더뉴스 화면캡처]

특히 태풍 제비의 경우 수증기를 다량 몰고 이동하는 데다 수온이 높은 해역을 따라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강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분석한다.

일본 기상청은 "계절풍은 약해지고 있지만, 태풍 발생 권역의 바다 수온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라면서 이달 이후에도 태풍이 이어질 수 있다며 태풍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편 태풍 제비가 한반도를 빗겨간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우리 기상청은 태풍 제비가 한반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근 한반도에 폭우가 쏟아졌고, 비구름 뒤를 따라 찬 공기가 한반도를 덮으면서 태풍 제비가 규슈 근처에서 방향을 북동쪽으로 급격히 틀었다고 분석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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