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진 승진길…"일손 안 잡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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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 관가가 전례없는 인사바람으로 술렁이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로 1개 직할시와 12개시가 승격됨에 따라 한꺼번에 승진자리가 쏟아진데다 후속인사까지 겹쳐 연말 안에 단행될 예정이기 때문. 특히 직할시로 승격되는 대전시와 6개시가 신설되는 경기도는 사상최대 인사잔치가 예상돼 일선 공무원들은 『이번에야 만년 고참 딱지를 벗겠지』하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시장·구청장·부시장·실-과장·계장 등 승진자리가 즐줄이 이어있어 벌써부터 줄을 대는 인사운동도 한창이며 하마평도 무성하다. 이 바람에 승진대상자들은 모처럼 트일 인사 숨통의 들뜬 분위기 속에 과연 인사뚜껑이 어떻게 열릴까 초조히 손꼽고 있다.

<대전·충남>
대전직할시 승격과 서산의 시 승격 및 분군에 따라 인사 폭은 자그마치 1천명선. 대전직할시의 경우 현재 7국에서 9국으로 늘어나고 2개 사업소·5개 구청이 신설돼 서기관급 이상만도 20명이 넘고 사무관은 90명이 더 늘어나 대대적인 승진·전보 인사가 예상.
직급이 정무직 차관급인 직할시장과 1, 2급인 부시장 등 새로 임명될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직할시장에는 모 정당 L씨가 유력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또 직할시가 되면 3백여명이 증원될 계획으로 있어 늦어도 오는 20일까지는 인사작업을 마무리지을 전망.
이에 따라 고참 계장과 사무관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만년고참으로 끝난다』며 기대와 초조감으로 술렁.
서산군 직원들도 시승격 20여일을 앞두고 인사작업·재산분리·문서분류 등 바쁜 일손에 좇기면서도 기대에 부푼 밝은 표정 속에 하마평을 둘러싸고 화제가 만발.
이같이 인사바람이 불어닥치자 관가를 드나드는 정치인과 유지들이 부쩍 늘어나 『인사운동에 끼어 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게다가 서기관급 이상 자리는 서울에서 상당수가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도 있어 고참 승진대상자들은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자제를 앞두고 낙하산 인사는 없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태 기자>

<경기>
군포·의왕·소래·오산·동부·미금 등 6개 시가 탄생하게되는 경기도는 20일 전후로 예상되는 대폭인사를 앞두고 온통 인사얘기로 술렁이고있다.
이번 인사는 시장·군수급에 이어 과장·계장과 말단 후속인사까지 합쳐 대상인원이 줄잡아 1천 2백명 선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승진·전보 대상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일손을 못 잡고 있는 실정.
인사의 초점이 되고있는 신설 6개 시장과 공석중인 권선구청장 자리는 5공 관련 공무원 처리문제가 미지수로 남아있어 시장·군수급 인사폭도 커질 공산.
이에 내무부에서 2∼3개 자리를 차고 들어온다 해도 나머지는 자체승진 또는 전보가 될 것이 분명해 기획관·총무·공보담당관 등 승급 대상자들은 인사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신설 시의 인사규모는 3급 국비 부이사관 시장·4급 지방서기관 부시장 등 12명을 비롯, 과장이 1개시에 12∼13명씩 78명, 계장 42명씩 2백 50여명 등 3백 40명선.
신설 6개 부시장은 도 본청 과장급에서 3명, 나머지는 부군수중에서 발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대상자들은 현행 인사관리규정이 관리자의 인사 합리화에 모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 민주화 흐름에 맞게 정실없이 연공과 발탁으로 조화를 이뤄 일선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야한다고 주장.

<김영석기자>

<경북·경남>
경북의 경우 경산시의 인사를 앞두고 신설시의 시장·부시장·과장급 인사와 이에 따른 후속인사에 신경전.
경북도는 8일자로 경산 부군수를 경산시 설치 준비위원장으로 한 경산시 설치준비단을 구성하고 시장·부시장·실-과장 등 15명의 인사를 오는 25일 안에 마무리지을 계획.
경산시 설치준비단은 시 공무원 수를 시본청 2백 2명, 동 직원 60명 등 2백 62명으로 잡고 현재 경산읍 직원 97명을 제외한 1백 65명의 인사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경산시의 주요인사는 시장·부시장·실장 2명·과장 11명·계장 42명 등 57명. 이중 시장은 중앙의 낙하산설이 나돌고있으나 부시장 이하는 자체승진 등이 예상돼 고참 공무원들은 『이번에야 「만년」 딱지를 벗겠지』하는 기대에 찬 눈치.
밀양과 장승포가 시로 승격되는 경남도 직원들은 2개시 승격으로 그동안 인사적체로 침체분위기에 젖어있는 인사숨통이 트일 것으로 크게 기대.
그러나 지난 81년 김해시 승격 때 시 조례개정 등 개정준비기간이 3개월 이상 걸렸던 점을 들어 갑작스런 시 승격계획으로 개정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명암이 교차.

<김영수·허상천기자>

<전남·전북>
전북도는 김제시의 정원을 2백 50여명으로 잡고 이에 따른 인사는 내무부가 시장을 발령한 후 오는 20일께 단행할 계획.
특히 시장자리를 놓고 도 본청의 2개 국장과 전주·군산·이리 등 3개시의 부시장에 내무부의 낙하산 설까지 끼어 치열한 경쟁. 군수까지 지낸 3개시의 부시장들은 『우리라고 국비 부이사관에 승진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만만찮게 도전해 관심이 집중.
전남도는 광양출장소의 시 승격에 따른 본격적인 인사작업에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
광양출장소는 시로 승격돼도 기구가 5과 18계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아 하위직원들만 승진에 기대를 걸고있을 뿐이다.
도는 현재 1백 86명인 광양출장소 직원을 2백 60명 선으로 늘릴 계획아래 오는 29일 9급 공채시험을 긴급 실시키로 결정.
광양출장소 직원들은 『오는 2000년대 인구 20만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인 광양시 기구가 다른 신설 시와 같이 12과 42계에 그친 데 대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보일·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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