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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개월 아들 때려 숨지게 한 뒤 ‘입양’ 검색한 엄마, 징역 10년

중앙일보

입력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중앙포토]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중앙포토]

8개월 된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 숨지게 한 3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여성은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은닉한 것도 모자라 숨진 당일 또래 아이를 입양하려 인터넷을 검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비정한 엄마의 이 같은 행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인천지법 형사 13부는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시신은닉 등)로 기소된 A씨(38·여)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또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살인혐의를 적용, 징역 20년을 구형했었다.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한 3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엄마(가운데) 모습. [연합뉴스]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한 3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엄마(가운데) 모습. [연합뉴스]

8개월 된 아이를 폭행한 이유 

A씨는 2017년 4월 22일 세 번째 남편과 살면서 외도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숨진 B군(당시 8개월)을 낳았다. 이후 남편과 이혼하고 B군의 아빠와도 헤어졌다. 하지만 B군은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했다는 이유로 세 번째 남편의 호적에 올려졌다.

이 때문에 아이를 키우기 싫었던 A씨는 같은 해 5월 11일 경기도 군포에 있는 모 교회 베이비 박스에 놓고 도주했다. 이마저도 경찰에 적발돼 5개월 뒤인 10월에 B군을 다시 데려왔다. A씨는 과거에 만났던 C씨와 다시 동거를 시작했다. C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11)도 함께했다.

아동학대. [중앙포토]

아동학대. [중앙포토]

A씨가 B군을 폭행하기 시작한 것은 같은 해 12월 중순부터다. B 군이 배밀이를 하는 과정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울자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팔·다리 등 온몸을 수십 회 때렸다. 이런 폭행은 12월 26일부터 숨지기 전 날인 같은 달 31일까지 거의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A씨는 올 1월 1일 오전 11시30분쯤 B군이 배밀이 중 또 떨어져 울자 15분 동안 폭력을 가했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한 손으로 B군의 머리를 잡아 침대 옆 콘크리트 벽에 두 차례 세게 부딪히게 했다. B군의 상태가 이상해지자 함께 있던 딸에게 아이의 머리를 만져보라고 시키기까지 했다. B군은 결국 숨졌다.

아동학대를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기부]

아동학대를 표현한 일러스트. [사진 굿네이버스 황윤지 작가 재능기부]

시신 유기, 또래 아이 입양하려 시도

A씨는 아이가 숨지자 사흘 동안 침대에 방치했다. 이후 같은 달 4일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이웃들이 알 것을 우려해 여행용 가방에 담아 아파트 베란다에 또다시 유기했다.

특히 A씨는 아이가 숨지자 인터넷을 검색해 ‘사망 절차 기간과 사유별 준비안내’ 게시물을 열어봤다. 또 ‘영아 및 유아 사망 선택분류표’, ‘신생아 개인 입양’, ‘신생아 폭행 사망사건’이라는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1년 미만 남자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내용을 문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 등에게 숨진 B군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서였다.

가려진 진실, 가정 속 아동학대. [사진제공=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가려진 진실, 가정 속 아동학대. [사진제공=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피고 "심신미약" 주장, 재판부 "상당히 이성적"

그런데도 A씨는 “범행 당시 다이어트 약 복용으로 인한 우울 장애를 앓아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진료 기록을 보면 A씨가 수년에 걸쳐 같은 약을 먹으면서 우울증을 호소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가 죽은 뒤에도 인터넷에 신생아 폭행 사망 사건을 검색하는 등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나이 어린 피해자는 방어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죽기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소중한 생명도 잃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도 시신을 은닉하고 입양을 검색하는 등 범죄를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방법원. 임명수 기자

인천지방법원. 임명수 기자

검찰이 적용한 ‘살인’ 혐의가 아닌 ‘아동학대치사’를 적용한 것과 관련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며 “피해자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부분만 인정해 아동학대치사 죄를 적용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부모의 이혼 등으로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은 피고인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사 스트레스로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또 피고는 범행 당시 심신 미약까진 아니지만 만성 우울증이었던 것으로 진단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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