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0기 KT배 왕위전' 대역전 드라마가 시작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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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0기 KT배 왕위전'

<예선 하이라이트>
○. 송태곤 7단 ●. 최원용 4단

승부사는 모름지기 칼을 품으라고 한다.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에도 한 가닥 노림수는 남겨두라고 한다. 그러나 노림을 너무 중시하여 맛을 아끼고 아끼다 때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고로 평범하게 두는 것이 일단 먼저다. 하나 전투 위주의 현대바둑은 어차피 난세의 흙먼지에 휘말리게 되어 있고 결국 '한 칼'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장면1 (135~144)=형세는 백이 크게 좋아보인다. 더구나 우하 흑진에서 큰 패가 났으므로 백은 이제 흑의 목을 치는 일만 남은 기분이다. 절체절명의 최원용 4단이 135에 팻감을 쓴다. 괴롭지만 살을 베어주듯 손해패를 쓴다. 백의 송태곤 7단은 기분 좋게 136으로 접수한다.

한데 사실은 135가 무서운 수였다. 최원용은 우하의 불을 끄느라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였지만 실은 아무도 모르게 기막힌 노림수 하나를 이곳에 심어두었다. (136은 A로 받는 게 정수였고 이랬으면 훗날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태평성대라 생각하는 백은 138 정도로 패를 양보한다. 144로 따내 필승이라 믿는다. 그러나 이때부터 최원용의 무서운 노림수들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장면2 (145~156)=우선 147이 대마 전체를 엿보는 날카로운 칼끝이다. 148은 부득이한데 이때 149로 살짝 밀자 송태곤 7단도 비로소 우변의 문제점을 깨닫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151도 좋은 수. 백은 하변을 몽땅 내주며 156까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흑의 노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고도=148 대신 백1로 막는 것은 흑2 치중으로 목숨이 위험해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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