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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만원 맞벌이까지 … 전세대출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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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르면 다음달부터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이 넘는 가구나 다주택자는 사실상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시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 구매에 전용한 경우 조기 상환 등 제재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등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 죄기’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정부 “집값 상승 원인” 전세대출 죄기 #다주택자도 전세자금 보증 못 받아 #주택금융공사 “이르면 내달 시행” #전세자금 전용 땐 조기상환 검토 #“7000만원 제한 기준 낮다” 지적

29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에 따르면 주금공은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부터 전세보증 자격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전세보증 과정에서 소득이나 다주택 기준에 따른 제약이 없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서민실수요자 주거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세보증 이용 대상을 원칙적으로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신혼 맞벌이 부부는 8500만원 이하, 한 자녀 가구는 8000만원 이하, 2자녀 가구는 9000만원 이하, 3자녀 가구는 1억원 이하로 소득 기준을 다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당시 전세보증 상품 판매 대상을 무주택자나 1주택자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렇게 되면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초과 가구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원칙적으로 전세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전세보증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원칙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은 전세계약서와 확정일자만 있으면 신청 가능하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대부분 대출 신청자에게 주금공·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등의 전세보증을 요구한다. 전세보증이 전세대출의 80%를 보증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매우 낮아져서다.

전세보증 시장에서 주금공의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45조6926억원이었는데 주금공의 전세자금 보증액이 23조7258억원이었다. 주금공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면 HUG와 서울보증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최혁신 주금공 전세보증팀장은 “그동안 내규 개정과 금융사 전산 개발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제도 시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10월에는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일부 고소득자나 다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은 뒤 주택 구매에 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런 행태가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전날부터 시중은행을 상대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전세보증 요건 강화가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지면서 이 제도는 전세대출 죄기의 핵심 방편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다만 “부부 합산 7000만원이라는 전세보증 제한 기준이 다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제도 시행에 앞서 금융사들과 기준 조정 가능성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는 ‘4·24 대책’에 명시된 대로 앞으로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상품도 이용할 수 없다. 적격대출은 무주택자나 기존 주택 처분 예정인 1주택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애초부터 다주택자가 이용할 수 없는 보금자리론의 경우에도 이용자에 대해 3년에 한 번씩 사후 검증이 이뤄진다. 주금공은 이 과정에서 추가 주택 보유 사실이 확인되면 1년간 처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고 그래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할 예정이다.

한편 전세자금 대출 및 임대사업자 대출의 주택 구매 전용 여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인 금감원은 편법 전용 사실이 확인되는 대출자에 대해 은행이 제재를 가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금을 다른 용도로 편법 전용하는 건 대출약정서나 여신기본거래 약관 위반인 만큼 은행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은행 자체 판단에 따라 신규 대출 금지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정용환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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