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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관심인 손흥민···총이냐 금이냐, 1경기 남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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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드로잉하려는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드로잉하려는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총(gun)이냐, 금(金)이냐. ‘한국축구 보물’ 손흥민(26·토트넘)이 병역혜택까지 딱 1경기 남겨뒀다.

베트남 ‘손! 군대 보내겠다’ 도발 #손흥민, 4강전 3-1 승리 견인 #30일 결승전 승리시 병역혜택 #영국, 미국 전세계 언론들도 주목

한국 축구대표팀(23세 이하)은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서 베트남을 3-1로 완파했다. 공격수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28분 날카로운 패스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대한민국 병역법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혹은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따면 병역특례(정확히는 예술·체육요원 복무)가 주어진다. 손흥민은 9월1일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군면제를 받는다.조별리그(3경기)·16강·8강·4강에 이어 마지막 7번째 관문만 남겨뒀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황의조의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황의조의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베트남 한 팬은 ‘손흥민은 한국 군대에 간다(Son Heung min joins Korean army)’고 적힌 피켓을 들고 도발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 송중기(유시진 대위)가 군복 입은 사진에 손흥민 얼굴을 합성했다. 또 다른 베트남 팬들은 손흥민 소속팀 잉글랜드 토트넘 공식 소셜미디어를 찾아가 ‘베트남이 손흥민을 군대로 보내버리겠다’는 글을 남겼다.

전 세계 언론들도 이번 대회 내내 손흥민의 병역문제를 보도했다. 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지만 손흥민 차출을 허용하는 도박을 걸었기 때문이다. 영국 더 선은 한국-베트남전을 앞두고 ‘손흥민은 21개월간 군복무를 피하기 위해 딱 2경기만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한국에서 군대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약속이고, 높은 명성을 가진 사람일수록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축구선수 박주영과 가수 MC몽 등이 병역문제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손흥민이 금메달을 못따면 화이트 하트레인(토트넘 홈구장)에 남을지, 집으로 돌아갈지 확신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1992년생(만 26세) 손흥민은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한국축구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을 땐 소속팀(독일 레버쿠젠) 반대로 불참했다. 손흥민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온두라스와 8강에서 0-1로 패해 좌절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국외거주로 만 27세까지만 입대가 연기된다. 2008년 동북고를 중퇴해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자다. 국내프로축구 군경팀 K리그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와 아산 무궁화(경찰청)에서 뛰려면,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해 현역입영대상자 자격을 얻어야한다. 두팀은 27세까지만 지원할 수 있는데다, K리그 다른팀 소속으로 6개월 이상 뛰어야 가능하다.

2011년 박주영(33·FC 서울)이 모나코 공국 영주권을 받아 만 37세까지 병역을 연기하려했던 것처럼, 손흥민도 5년 이상 체류하면 취득 가능한 독일 영주권을 쓸 수도 있다. 손흥민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5년 이상 뛰었다. 하지만 신성한 병역의무를 교묘하게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베트남의 준결승전이 29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열렸다.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보고르=김성룡 기자

손흥민은 이날 만약 베트남에 졌다면 금메달 대신 총을 잡을 수도 있었다. 내년에 군입대해 21개월간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으로 관공서나 국립공원 등에서 군생활을 해야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는 ‘한국 규정은 우스꽝스럽다. 군경팀에 입단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K리그팀에서 뛰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한국축구 역사상 최고선수인 손흥민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책상에서 2년간 앉아있어야한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정정당당하게 군면제를 받고, 유럽무대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며 국위선양하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29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4강전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이승우가 선제골을 넣고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손흥민은 이번대회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출전해 주장완장을 찼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약체 말레이시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헌신적인 리더’ 손흥민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했다.

손흥민은 키르기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란과 16강전 후반에 김진야가 무릎통증을 호소하자, 손흥민은 “내가 수비로 내려갈게”라고 말한 뒤 수비에 적극 가담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2어시스트를 올렸다. 연장 후반 3-3으로 맞선 가운데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페널티킥을 찰 때 뒤돌아서 눈을 가린 모습은 손흥민의 간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이번대회 만큼은 해결사가 아니라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앞으로 딱 1경기만 더 이기면 된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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