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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국민 애니 '마루코는 아홉' 작가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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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간 일본에서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 만화작가 사쿠라 모모코(三浦美紀)가 숨졌다. 53세. ‘마루코는 아홉살’은 일본 뿐 아니라 국내의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포스터. 왼쪽 손 흔드는 이가 주인공 마루코.

애니메이션 '마루코는 아홉살'의 포스터. 왼쪽 손 흔드는 이가 주인공 마루코.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사쿠라 작가는 지난 27일 유방암으로 숨을 거뒀다. 1990년 일요일 밤 방송으로 첫 전파를 탄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 시리즈 연재는 86년 시작됐고 단행본 누적 발행부수는 총 3200여만부에 이른다.

만화는 1970년대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에 사는 개구장이 초등학교 3학년 마루코양을 주인공으로 3세대가 모여사는 그의 여섯 가족과 이웃들의 일상을 다뤘다. 90년 10월엔 최고 시청률 39.9%를 기록하는 등 일본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의 사망 사실을 알리는 마루코는 아홉살의 공식 트위터 .

마루코는 아홉살의 원작자 사쿠라 모모코의 사망 사실을 알리는 마루코는 아홉살의 공식 트위터 .

‘마루코는 아홉살’이 이같은 인기를 얻은 건 일본인들에게 여러 의미를 가지는 쇼와(昭和) 시대의 소소한 일상을 전했기 때문이다. 쇼와시대는 히로히토 천황의 재임 기간(1926~1989)을 가리킨다.

우리에겐 식민지배의 아픔을 안겨준 시대이지만 일본인들에겐 그 패전의 절망을 딛고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이룬  '이중적' 의미를 담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이 시기를 그리워하는데 ‘마루코는 일곱살’이 그 시절의 향수를 전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 대중문화 평론가 나카모리 아키오씨는 아사히신문에 “헤이세이 시대(히로히토 천황의 뒤를 이은 아키히토 천황의 재임기간) 초기 일본의 거품 붕괴, 고베 대지진, 옴 진리교 사건 등 어두운 화제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변에서 작은 기쁨을 얻었던 쇼와시대를 그리워했고,'마루코는 아홉살'은 바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마루코 등장인물

마루코 등장인물

 사쿠라 작가는 생전인 지난 2015년 방송 25주년 기념 아사히신문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만화도 계속 그리고 노래 가사 작업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병세를 알리진 않았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며 ‘마루코는 아홉살’의 팬이 됐다는 조윤수씨는 “외로웠던 일본 생활 중에 '마루코는 아홉살'은 따뜻함과 정을 느끼게 해 준 가족만화였다. 일본인들의 에피소드지만 하나하나 공감이 가서 매주 일요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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